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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 생각하는 나무 (누나와 앵무새)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1:31:53
  • 조회수 19

생각하는 나무 누나와 앵무새 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

 

어머니는 벌써 몇 년째 앓아누워만 계셨다.

그러던 어느 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곱게 빗어 쪽진 뒤 우리 남매를 불러 앉혔다. 엄마는 마치 먼 여행이라도 떠나려는 사람처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정수야. 누나를 부탁한다. 니가 누나의 목소리가 돼줘야 해 그럴 거지? ’

엄마 왜 그런. 말씀하세요? ’

엄마는 말. 못하는 누나가 마음에 걸려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나의 손을 꼭 잡고 당부를 하셨다. 어머니는 며칠 뒤 우리 남매의 손을 그렇게 하나로 맞잡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먼 길을 떠나셨다.

그로부터 10년 세월이 흘렀습니다. 친척의 도움으로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마친 나는 서울에 직장을 얻어 상경했고 누나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혹처럼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피곤에 절어 집에 들어온 나는 누나가 앵무새 한 마리를 들여놓고 동내 아이들을 불러다가 무엇인가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주 주 ... ... 주우 앵무새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고 아이들도 뭐라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은 그 후로도 며칠이나 반복했습니다. “ .. 주욱 ..... .. ”천식 환자처럼 그렁그렁대는 앵무새는 그날부터 내 늦잠을 방해하고 신경을 건드렸습니다.

제발, 저 앵무새 좀 치워 버릴 수 없어? ”

나는 누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내 성화를 못 들은 체 무시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나는 소스라 치게 놀랐습니다.

생일.... 추카.....생일 ..... 추카! ”

앵무새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습니다. 누나가 건네준 카드에는 단정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생일 축하한다. 내 목소리로 이 말을 하고 싶었는데. ... ”

생일 축하! 목소리가 없는 누나가 난생처음 내게 들려준 말이 없습니다. 앵무새에게 그 한 마디를 훈련 시키기 위해 누나는 이렇게 여러 날 비밀 작업을 했던 것입니다. 나는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감추며 입안 가득 미역국을 퍼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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