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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7 - 생각하는 나무 (치유정원治癒庭園)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1:31:05
  • 조회수 23

생각하는 나무 치유정원治癒庭園 박원순 수목원 관리사

 

도시의 정원庭園은 공기空氣를 맑게 하고 다양한 생물의 삶의 터전이 되며,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해 줄 뿐 아니라, 삶의 근간이 되는 여러 혜택을 제공한다. 그중 빼어 놓을 수 없는 기대 효과는 바로 치유다. 스트레스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심화되고 있는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정원은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정신적, 육체적,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이미 수많은 철학자哲學者와 사상가思想家가 인간의 삶에 근원적根源的인 기쁨을 주는 자연 혹은 정원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해 왔다. 고대古代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아테네의 정원에서 행복하고 평온한 삶에 대한 이상理想을 추구했으며, 인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땅을 파고 흙을 일구는 것을 잊는다면 우리 자신을 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일깨워주며 자연과의 교감交感을 통해 인간이 더욱 완전해질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6세기 이탈리아 베네딕트회 수도자修道者들은 영적靈的인 삶이 땅과 연결되어 있다는 성베네딕트의 믿음에 따라 기도와 심신 수양의 일환으로 정원에서 꽃과 채소, 약초와 과일을 가꾸었다. 그들은 자연 속에서 거듭나는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하며 정원을 가꾸는 행위가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여러 유익한 효과를 제공해 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풍부한 햇빛과 맑은 공기, 다채로운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이 환자들의 치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그간 과학적으로도 많이 입증立證되었다. 단적인 예로, 1980년대 스웨덴의 환경 심리학자 로저 울리히는 창밖 풍경이 환자들의 회복回復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는데, 창문 너머로 나무가 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벽돌담이 보이는 병실의 환자들보다. 더 나은 회복력을 보였다. 꽃을 많이 볼수록 혈압과 심박수를 낮추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부지기수다.

스코틀랜드의 예술가이자 정원 디자이너였으며 세계적인 건축가 찰스 젠크스의 아내였던 매기 케스윅은 암 진단을 받은 후 병원의 진료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데 자신의 남은 생애를 바쳤다. 덕분에 오늘날 영국 런던, 홍콩, 도쿄 등지에 설립된 매기 센터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와 조경 디자이너들이 만든 혁신적인 치유정원들이 조성되어 있다.

영국의 정신과 의사 수 스튜어트 스미스가 정원의 쓸모 라는 책에서 소개하듯 식물과 정원은 우울증憂鬱症. 트라우마. 불안不安 등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정원을 가꾸는 일은 세로토닌. 도파민. 등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여 우울감을 줄이고 행복감을 높인다. 흙을 파고 풀을 뽑고 가지를 치는 행위는 분노와 공격성 좌절과 불안 등 부정적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수단이 된다. 또한 자신이 일군 정원에 새롭게 돋아 나는 식물의 잎과 줄기 꽃과 열매를 보는 일은 희망과 활력을 불러일으켜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 만족감과 자존감慈尊感을 얻을 수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목전目前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정원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훌륭한 방책方策이 될 수 있다. 병원과 복지 시설 요양원뿐 아니라 노인들의 생활 저변底邊에 정원과 치유 프로그램을 확산해야 하는 이유다. 심지어 정원활동이 치매 환자들의 인지기능 향상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다.

무엇 보다도 정원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대다수도시인들의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인도네시아 보고르 농과대학에서 인도네시아 최대 규모인 보고르 식물원 방문객 100명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식물원을 방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이 방문 전에 비해 편안하고 진정된 느낌을 받았고 97%의 응답자가 정원 방문을 통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초록 공간을 적극적으로 방문하는 경험 자체가 더욱 큰 치유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누구나 가드닝을 통하여 일상 속 행복지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살다 보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지만.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키우며 정원을 만드는 일은 어느 정도 마음 먹은 대로 이룰 수 있다. 특히 과로와 스트레스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번아웃되기 일쑤인 현대인들에게 정원은 자연의 리듬에 맞춘 삶의 속도감,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적 감각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치유를 위한 정원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단순 녹지보다는 다양한 질감 색상 향기를 지닌 식물들이 즐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정원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벤치와 직선 보다는 곡선으로 난 길이 흥미를 촉진하며 걷기와 관상觀想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치유의 정원은 어린이와 청소년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들이 함께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감각 정원(Sensory Garden)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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