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2022.08.16 - 생각하는 나무 (사마귀)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3 18:15:03
  • 조회수 53

생각하는 나무 < 사마귀 > 황 대건 글

 

오늘은 전에 말한 대로 사마귀 얘기를 좀 할게 옆에 그린 놈은 지금 내방 창틀에 붙어 있는 놈을 얼추 스케치해 본 거다. 요즘은 사마귀들이 한창 극성을 부릴 때다. 아침에 일어나면 쇠창살에 사마귀들이 보통 대 여섯 마리씩 붙어 있을 정도다. 어떤 땐 이놈들이 방안까지 들어와 자고 있는 얼굴 위로 푸다닥 거리며 날아다녀 잠을 깨우기도 한다. 징역을 처음 살 때는 방안에 들어 온 사마귀가 징그러워서 들어오는 족족 잡아서 창 밖으로 내다 버리곤 했는데 독방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사마귀야 말로 거미와 함께 소중한 친구가 아닐 수 없구나. 해서 지금은 방에 있던 사마귀가 밤새 어디로 가 버리거나 하면 서운하여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한다. 당랑거철(螳螂蚷轍)이란 말 아는지? 사마귀(당랑)란 놈이 자기 앞에 있는 커다란 수레를 두 팔로 막고 서서는 못 가게 한다는 말인데 제분수를 모르고 무모한 일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 그런데 정말 사마귀란 놈은 겁이 없다. 아니 겁이 없다기보다. 는 자기보다 큰 존재에 대해서는 도대체 감각이 없는 것 같아. 손으로 잡으려 해도 도망갈 생각은 아니하고 마치 막대기처럼 꿈쩍 않고 있는 거야. 오랫동안 관찰한 결과 사마귀가 용맹하다기보다는 사마귀의 생태상 그렇게 보일 뿐이다. 말미자리나 송충이 자벌레 따위가 적을 보고 도망가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그것들은 적에게 대항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주변 환경 속에 은신시켰다가 먹이가 눈앞에 지나가면 잡아 먹는 스타일의 생물들이다. 사마귀도 그래 이놈이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가 막혀. 그 길다란 몸을 나뭇가지 사이나 문기둥 사이에 붙여 놓고 몇 시간이고 꼼짝 않고 있는 거야. 마치 원래부터 있었던 지형물처럼 그러다가 거미라든가 무슨 벌레가 그 앞을 지나가면 번개 같은 동작으로 앞발을 내밀어 잡아서는 마구 씹어 먹는다.

내가 방에 있는 거미 중에 사상이 불온한 놈들을 잡아서 사마귀에게 형 집행을 맡긴다는 말을 했지? ( 자신의 처지를 봐서도 사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 .. ) 거미를 잡아서 빨리 도망치지 못하게 앞다리 하나쯤을 떼어 낸 뒤 사마귀 앞에 놓으면 아주 재미있는 일을 구경할 수 있다. 거미란 놈은 자기보다 큰 적을 만나면 후닥닥 도망을 가거나 그것이 여의치 못할 때는 사지를 경직시킨 채 죽은 시늉을 한다. 사마귀는 절대로 죽은 벌레는 먹지 않거든. 그러니 움직이지 않는 물체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 만약 거미가 그 팽팽한 긴장 상태를 깨고 도망가려고 첫발을 내딛는 순간 사마귀는 전광석화처럼 그 긴 앞발을 뻗어 잡아 버리고 만다. 거미가 사마귀의 앞발이 미치지 못하는 거리에 있을 경우 사마귀 녀석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음흉스럽기 그지없다. 목표물을 향해 덥석 덮치거나 하는 행동을 예상하고 이놈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는 아마 웬만한 사람으 지레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말 거다. 목표물을 향해서 얼마나 천천히 접근하는지 언제 보아도 마치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지경이란다. 군대 훈련 중에 야간 정숙 보행이란 것이 있다. 칠흑 같은 밤에 적의 진지를 침투할 때 하는 보행인데 무한한 인내심을 가지고 시속 몇 미터의 속도로 움직여 나가는 것이다. 사마귀란 놈이 목표물에 접근하는 모양이 꼭 그렇다.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접근해서 목표물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그대로 덮쳐 버리는 거야.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창틀에서 새끼 거미 한 마리가 줄을 타고 주르륵 내려오다가 그만 밑에 있는 사마귀와 부딪쳤단다. 사마귀도 무언가 자신의 둘째 발에 부딪힌 것 같았는지 그쪽을 홱 노려 보았다. 그러자 이 새끼 거미가 일체 동작을 중지하고 사마귀의 둘째 발 중간에 떡 하니 붙어 버린 거야. 마치 죽은 듯이. 이놈이 얼마나 급했는지 다리 여덟 개 중 두 개는 미처 접지도 못하고 뻗정다리인 채로 굳어 버리고 만 거야. 얼마나 우스꽝스럽냐? 마치 웃음놀이 합시다. 모두 다 합! 하고는 중지한 것처럼 야릇한 자세로 사마귀 발에 붙어 있는데 놀랍게도 10분이 넘도록 그 자세로 꼼짝 않는 거야. 움직이지 않는 것에는 공격을 않는 사마귀도 드디어 별 것이 아닌 것으로 단을 했는지 고개를 쑥 돌려 버리더라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새끼 거미가 도망치는데 참말로 빠르데. 호랑이 아가리 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놈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사마귀란 놈은 정말 잔인하데. 웬만한 중치 거미 한 마리 잡아먹는데 몇십 초도 안 걸려거미 발톱 하나 남기지 않고 모조리 씹어 삼키는 모습은 정말 끔찍하다. 한 번은 이놈이 햇빛을 역광으로 받은 채로 거미를 잡아 먹고 있었는데 햇빛 때문에 기다란 몸속으로 으깨어진 거미가 꿀떡꿀떡 넘어가는 모습이 훤히 보이더라구. 무엇보다 잔인한 것은 이놈들은 교미가 끝난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이다. 교미는 한 번 붙었다 하면 네다섯 시간은 보통이야 며칠 전 이 선생님 방에 있던 사마귀가 교미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데. 날개와 떡딱한 다리 일부만 남기고 깡그리 먹어치우더라구. 말로만 듣던 사마귀의 잔인함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지. 그렇게 잔인한 사마귀지만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함께 잘 살고 있다. 사마귀가 극성을 부리자 방에 있던 10여 마리의 거미가 겨우 두 마리만 남고 싸그리 없어졌다.

목록





이전글 2022.08.09 - 생각하는 나무 (두 아들의 죽음)
다음글 2022.08.10 - 생각하는 나무 (신 <新> 유대인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