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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나무(거제의노래)-2016.04.12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6-04-18 18:16:03
  • 조회수 3476

생각하는 나무      거제의 노래           김 주영지음

 

사월의 마지막 아침은 맑고 투명하고 싱싱했다.

장승포의 햇살이 내 속을 간파하듯이 잠자리에 스며들어 새벽잠을 깨웠다. 내가 거제도 장승포에 와 자는지 장승포가 내 속에와 자는지 알 수도 없는 채 침대에서 일어났다. 햇살 따라 포구로 나갔다. 포구는 아름다웠다, 빈 배는 송홧가루를 싣고 푸른 물결에 출렁이고, 괭이갈매기는 자맥질을 하고 있었다. 포구의 밑바닥에는 실 같은 혹은 어린아이의 손가락 같은 것들이 떠거지로 몰려들었다. 복어 새끼였다. 인간의 언어로 말하자면 괭이갈매기는 간밤의 숙취를 복어회로 해장을 하고 있었다.

 

장승포의 햇살과 바람과 물과 사람이 나를 데려간 것인지도 몰랐다.

 

어제는 거제 포로수용소와 대우조선소, 옥포 대첩공원을 갔었다. 지나간 역사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거제 포로수용소는 우리의 감추고 싶은 수치와 상처의 공간이었고. 대우 조선소는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승전을 거둔 공간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자존심과 자긍심의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수치와 영광이 거제에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르네상스가 부흥했던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보면 미래가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계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엄청난 부를 개인의 향락에 쓰지 않고 지역의 예술, 건축 등에 투자해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가 된 것이다. 좋은 선조를 만난 이탈리아도시의 후손들이 부럽다.

 

거제도에서 배를 타고 소매물도에서 일주일을 보낸 적이 있었다.

 

소매물도는 거제와 통영의 사이에 있는 아담하고 예쁜 섬이었다. 처음 바다색을 보고 우리는 우-, 하고 각자의 기성을 지르며 감탄했다. 그 때의 나는 바다에 왔다는 사실이 어딘지 비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해안가에 앉아서 영화 < 녹킹 온 헤븐스 도어 >의 장면을 떠올리며 주인공들에게 자신을 이입하곤 했으니 말이다.

 

거제포로수용소에도가고 해금강에도 갔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 가장 열광한 곳은 보타니아였다. 여행 안내서에 지중해의 어느 한 해변을 옮겨 놓은 듯하다 고 적혀 있었다.

드라마 <겨울 연가 >의 촬영지라고 하더니 외국인도 눈에 듸었다. 정말 어느 곳을 찍어도 사진이 그림처럼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 보았던 바다를 기억한다. ‘ 몽돌해수욕장 의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던 모습, 나는 이름처럼 몽돌몽돌하게 생긴 돌을 들어 바다 쪽으로 던졌다. 여기가 영화 < 은행나무침대 >촬영장이었답니다. 몽돌해수욕장을 나와 차를 타고 홍포 도로를 타고 올라갔다. 망산 드라이브 길이 아름다워서 사람들은 비포장도로로 남겨두었다고 했다. 잔잔하게 깔린 자갈 때문에 차가 기분 좋을 정도로 흔들렷다. 중간에 차에서 내려서 본 풍경은 이국적이었다.

 

멋진 풍경을 보고 외국 같다고 표현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과연 이곳이 대한민국의 하롱베이라 불린다고 누가 말해준 기억이 났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바다나 산을 보아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시골처녀가 산 중턱에 앉아서 도시에 대한 열망을 키우는 것 처럼 나는 패스트푸드를 먹으면서 자연친화적인 삶에 대한 동경을 간직해 왔다. 나에게 도시가 현실이라면 자연은 휴식이고, 꿈이고, 환상이다.

 

단 한 번의 식사 대접이 평생의 감사로 남을 수도 있다.

 

千金(천금)難結一時之歡(난결일시지환)이요 一飯(일반)竟致終身之感(경치종신지감)이니

盖愛重反爲仇(개애중반위구)薄極翻成喜也(박극번성희야)

 

천금을 주고도 한때의 환심을 살 수 없으나 한 그릇의 밥으로 마침내는 평생의 感服(감복)을 이룰 수 있다.

대저 사랑이 깊으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괴로움이 지극히 심하면 박한 것도 기쁨이 된다.

 

물질로 베푸는 것은 받는 이의 처지에 따 달라질 수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는 한 그릇의 식사도 고마움의 대상이 되지만 배부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컨대 진정한 정신적 사랑이어야 받는 이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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