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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4 - 생각하는 나무 (크래식 비망록1)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1:33:16
  • 조회수 52

생각하는 나무 크래식 비망록 민 은기 서울음대 교수

 

여성들은 왜 나쁜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일까? 혹자는 여성이 본능적으로 센 유전자를 가진 남성에 끌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을 괴롭히는 일은 동물의 세계에서는 강한 자의 특권이니까. 다른 이들은 그것을 금지된 것을 향한 갈망으로 설명한다. 가지기 힘들수록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법이라면서. 모성 본능이 강한 여성들이 나쁜 남자를 자신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가 있겠으나 누가 봐도 나쁜 짓만 하고 무뢰한 사람이 사랑을 받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하다.

그래서일까. 나쁜 사람은 종종 소설이나 영화 속 단골 캐릭터가 된다. 음악사에서는 리하르트 바그너가 나쁜 남자의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매사에 자기 중심적이었고 호의를 베푼 사람에게조차 조롱과 비난을 서슴지 않았으며, 분에 넘치는 사치스러운 생활로 많은 빚을 지고 야반도주를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를 일도 많았으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그는 남의 지갑과 남의 여자를 자기 것으로 여겼다고 전해질 정도다. 이런 심각한 도덕 불감증은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다.

바그너는 결혼에서부터 이미 그러한 일탈의 조짐을 보였다. 그의 결혼 상대는 네 살 연상의 아름다운 여배우 민나, 미혼모에 약혼자까지 있었던 그녀는 작은 극장의 음악 감독이었던 바그너가 마음에 차지 않았으나 그의 집요한 구애에 약혼자를 버리고 그와의 결혼을 승낙한다. 신혼생활을 시작한 러시아의 리가에서 바그너는 극장의 카펠마이스터 직을 잃어버리고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결국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그리고는 무모하게 단대 최고의 오페라 도시었던 파리에서 데뷔를 시도했다가 아무런 수확도 없이 엄청난 빚만 지게 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자신을 돌아볼 법도 하건만 그는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었던 오페라 거장 마이어베어에게 돌렸고 그를 자신의 성공을 방해한 위선자라고 맹비난했다. 게다가 자신이 그토록 소망하던 첫 성공도 마이어베어가 드레스덴 무대에 리어치가 오를 수 있게 도와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마이어베어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그에게 경멸과 증오가 담긴 인신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드레스덴에서 그의 작품을 모든 청중이 외면했을 때 자신을 카펠마이스터로 초빙해 준 것이 작센 왕이었음에도 바그너는 드레스덴 혁명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자신을 도왔던 왕을 배신한다.

그 후에도 그의 배덕은 계속된다. 혁명이 실패한 후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바그너는 그 와중에도 자신을 열렬히 신봉해서 후원을 약속한 여성과 불륜을 저질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그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한편 경찰당국에 혁명분자로 그를 신고하는 바람에 또 다시 급하게 도주의 길을 떠난다. 취리히로 망명한 후에 바그너는 자기의 예술에 매료된 성공한 사업가 베젠동크를 만나는 데 그가 자신의 채무를 모두 갚아주고 거쳐까지 마련해 주었음에도 그의 젊은 부인과 불륜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베젠동크로부터 적극적 후원을 받는 수년 동안 그 관계는 지속되었다.

가장 충격적인 스켄들은 그의 동지이자 은인이었던 크리스트의 큰딸 코지마와의 불륜이었다. 이들의 관계는 코지마가 리스트의 애제자인 한스 폰 뷜러와 결혼해 신혼여행을 가는 길에 아버지의 지인인 바그너를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젊은 그녀와 관계를 지속하고 싶던 바그너는 남편인 뷜러를 자기 오페라공연의 지휘자로 캐스팅해서 이 부부를 뮌헨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코지마가 자기 자서전을 위한 구술을 받아 적어야 한다며 아예 자기와 같은 빌라에서 살도록 했다. 코지마는 바그너와 사이에서 두 딸과 아들을 차례로 출산했고. 아이들의 이름을 바그너 오페라 주인공의 이름을 따서 짓는다. 그런데도 이들 관계를 알지 못했던 뷜러는 충실한 바그너의 추종자로서 그의 작품을 열성적으로 지휘한다.

이정도의 파렴치한이라면 바그너는 온통 적으로 둘러싸여 고독하게 인생을 마감했을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바그너는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는 늘 주변 사람들을 배신하고 화나게 했지만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끓이지 않았다. 예술적 재능뿐 아니라 놀라운 언변과 유력한 글솜씨도 그에 한몫했을 것이다. 그가 내뿜는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충실한 후원자로 만들었다. 바그너 전문가인 음악학자 어네스트 뉴먼은 바그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불꽃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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