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2023.09.20 - 생각하는 나무 (The Father)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1:12:04
  • 조회수 8

생각하는 나무 “ The Father ”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인자하고 유쾌했던 아버지가 변해 간다. 툭툭 모진 말을 내뱉고, 간병인을 시계 도둑으로 몰더니 딸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당사자인 아버지도 미칠 노릇. 분명히 방금 저기 남자가 앉아 있었는데. ... ... . 게다가 지금 날 아버지라 부르는 저 낯선 여자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아무도 남의 일이라 말할 수 없게 된 치매의 문제는 겪는 이들에겐 두려움 그 자체다. 연극 “ The Father ”에서. 배우 부녀(父女) 전무송(81)과 전현아(52)는 악화되는 치매에도 인간적 품위를 지키려 분투하는 아버지 ’‘ 앙드레 와 그 아버지를 돌보는 딸 안느 가 된다.

 

아버지 전무송은 올해로 연기 경력이 61. 동국대 연극학과를 나온 딸 전현아도 30년 째 연기를 하고 있다.

“ The Father ”는 배우 엔서니 홈키스가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은 동명 영화(2020)로 널리 알려진 작품. 프랑스 작가 폴로리앙 젤레르의 2014년 작이다.

 

서울 마포구 한 스튜디오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한동안 무대에 서지 않은 이유를 묻자. 전무송은 기침이 그치지 않아 고생하다 202011일 응급실에 실려갔던 이야기를 꺼냈다. ‘ 폐의 흉막에 고인 피를 빼내고 병상에 누워 있는데 이젠 더 이상 연극을 못하는 건가 하는 생각만 나더군요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받은 “ The Father ” 의 대본이 노배우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처음 연극배우던 시절로부터 후일 내가 배우가 되면 마지막엔 무대에 쓰러지리라 생각했지 몸은 완성이 조금 덜 됐지만. 이 희곡을 만나는 순간 이 작품이다. 생각했어. 그는 연습을 시작하며 오히려 기력을 회복해 가는 중이다.

 

부모를 모시고 한집에 사는 딸 전현아는 매일 운전해 아버지를 모시고 연습실로 출퇴근한다. 그는 안느 아버지가 다시 아기가 되어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딸 이라고 했다.

내 우상과 같았던 아버지가 내 보호를 필요로 한다는 게 서글프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돌봐야해요. 아버지가 빠져드는 혼돈을 그 머릿속 시선으로 같이 보면서 그걸 딸과 함께 겪어 나가는 관객의 마음도 더 단단해 질거예요. 옆에서 전무송이 덧붙였다. “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은 피상적일 수 밖에 없어요. 전쟁도. 가난도. 모든 게 그래요. 그걸 어떻게든 가장 가깝게 알려고 하는 것이 연극이예요. 연극은 그 절실함을 찾는 것이지요.

 

그러나 연습은 난관의 연속이다. 어디까지가 아버지의 착각이고 망상인지 딸의 모습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부녀는 함께 찾아가는 중이다. 전무송은 햄릿을 한다고 하면 햄릿이 그려지는데, 이 작품은 그림이 안 그려진다. 여지껏 해온 작품 중에 가장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그려야 하는 그림 이라며 웃었다. 곁의 딸 전현아가 다정하게 아버지를 바라보며 웃음 지었다. ”“ 꿈과 현실, 과거와 미래가 뒤죽박죽되는 영화 인셉션 이나 테넷 같아요 하하. ”

 

어쩌면 증상의 경중이 다를 뿐, 보통 사람들의 삶 역시 망각과 착각, 어긋난 소통으로 가득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연극은 결국 서로의 상실을 껴안고 모자란 걸 이해하며 이인 삼각 경주하듯 걸어갈 수밖에 없는 게 인생 아니냐고 말한다. “ 그렇지. 그게 우리 사는 진실, 삶의 모습일 거예요.” 아버지의 말을 딸이 이어 붙였다. “ 결국 들여다. 볼수록 이 연극은 사랑에 대한 화해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 같아요, 무대 위에 그런 마음 한가득 담아드리고 싶어요.

목록





이전글 2023.09.13 - 생각하는 나무 (아니면 말고)
다음글 2023.09.27 - 생각하는 나무 (나의 인생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