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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6 - 생각하는 나무 (한여름 매미. 누구를 위해 우나)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1:05:35
  • 조회수 6

생각하는 나무. < 한여름 매미. 누구를 위해 우나 > 삶의 향기 곽정식 수필가

 

이른 아침부터 온 동네가 매미 울음바다다.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면 달구어진 장독뚜껑. 소나기가 길바닥을 때리는 소리. 삶은 옥수수 냄새 같은 한여름의 추억이 밀려온다.

모내기 철 개구리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지만 한여름 매미 소리에 비하면 약과다. 올해처럼 긴 봄 가뭄 뒤 긴 장마가 이어진 해도 드물다. 긴 장마 뒤 끝없이 우는 매미 소리는 단조롭지만 절절하기만 하다.

매미가 짧은 기간 집중해서 우레와 같이 우는 건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려는 구애 의 표현이다. 사자나 공작. 꿩은 수컷이 화려한 외모로 암컷의 관심을 끌지만. 매미는 수컷이 힘찬 소리로 암컷에게 자신을 드러낸다.

암컷이 수컷을 선택해서 짝짓기하고 나면 수컷은 바로 죽는다. 암컷도 나무 껍질 속에 산란관을 박고 알을 낳은 후 이내 생을 마감한다. 그 알들은 나무껍질 속에서 일 년을 지내고 부화하면 유충이 된다. 유충이 나무에서 떨어져 땅속에 들어가 나무뿌리 속의 수액을 빨아 먹으면서 여러 번의 탈피(脫皮)를 거쳐 우화(羽化)하여 성충이 되기까지 보통 7년에서 길게는 17년이 걸린다.

매미는 큰 울음소리만큼이나 우리에게 큰 교훈을 들려준다. 그중 탈피는 현실이 괴로울 때 지금 이 순간 벗고 싶다는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매미가 보낸 긴 인고(忍苦)의 세월을 잊고 하는 말이다.

탈피(脫皮)는 나쁜 습관이나 낡은 제도에서 벗어나 나올 때 더 의미 있게 쓰인다. 이번 여름 많은 희생자를 낸 지하차도 참사 사건이나.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준비 부실도 안일한 사고(事故)에서 탈피(脫皮)하지 못한 탓이다.

우화(羽化)는 매미가 어른이 되는 마지막 과정인데 매미의 천적이 깊은 잠에 빠진 밤에 이루어 진다. 우화(羽化)는 늦어도 달이 지기 전. 즉 해가 뜨기 전에 끝내야 하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 이 시간 내에 축축한 날개를 말리고 펴는 과정까지 모두 마쳐야 한다. 우화(羽化) 시간이 늦어져 해가 뜨고 나면 새들의 먹잇감이 되수 있다.

익선관(翼善冠)을 쓴 왕과 관리들을 본다. 왕이 쓴 관 뒤에는 한 쌍의 매미 날개가 세로로. 관리가 쓴 관모에는 날개가 가로로 붙어 있다.

관리들에게 익선관(翼善冠)을 씌운 이유는 오랜기간 동안 땅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짧게 살다. 죽는 매미처럼 긴 고생 끝에 관리가 되는 꿈을 이루었어도 매미의 오덕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공직자들에게 매미의 오덕을 새기도록 했는데 오늘날 공직자들은 마음속에 어떤 익선관(翼善冠)을 쓰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미는 삶 전체로 인내와 단순함을 보여준다. 살아가는 영역도 태어난 나무와 그 주변이다. 우리도 지금은 다양하지만 산만한 시대에 산 적이 없다. 몇 시간 만에도 각종 디지털기네 그동안 맺은 인연이 보내는 문자와 영상물이 가득하다. 때로는 쌓인 문자에 답신하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보낸다. 사람을 대면하지 않으면 삶이 단순해질 줄 알았는데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뭔가를 성취하려면 단순해 져야 한다. 단순해져야 본질에 다가가고 핵심을 짚어 낼 수 있다. 과수원 주인도 투실한 열매를 얻기 위해 가지치기와 열매를 솎아내지 않는가. 세상사 이것저것 다 관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하나에 집중할 때 무엇을 건져도 건지게 된다.

오늘날 우리에게 리더십의 본체를 일러준다. 모름지기 리더는 사사로움에서 탈피하여 오로지 공()의 마음으로 일하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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