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2023.04.26 - 생각하는 나무 (시차는 있지만 오차는 없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0:45:32
  • 조회수 8

생각하는 나무 시차는 있지만 오차는 없다. ” 박 돈규 글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기생이 된 장해당 은 갑부 마원외와 진심으로 사랑해 첩으로 들어가 아들을 낳는다. 이를 눈엣가시로 여긴 본처 마부인 은 불륜남과 작당해 남편을 독살하고 장해당 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상속재산을 노린 마부인 은 한술 더 뜬다. ‘ 장해당 의 아들을 자기 아들이라 주장하며 동내 이웃들까지 매수해 거짓 증언을 한다. ‘ 장해당 은 억울하다.

1200년대 중국에서 쓰인 회란기(灰蘭記 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다.

 

고전(古傳)은 해석하는 자의 몫이다. 연출가 고성웅은 산파(産婆)와 법관까지 매수(買收)해 자기 자식이라고 우기는 황당한 이야기가 우리 현실과 통한다고 생각했다.

아동학대가 빈발(頻發)하고 인정할 수 없는 판결이 적지 않다 중한 범죄는 가벼이 처분되고 가벼운 범죄는 부겁게 다뤄진다. 돈이 있으면 무죄가 되고 힘이 있으면 그물 사이로 잘도 빠져나간다. 관객은 장해당 이 매를 맞을 때 마음이 아프고 죄인들이 칼을 쓸 땐 기뻐한다.

 

우리는 왜 권선징악(勸善懲惡)에 열광하나. 오만(傲慢)과 독선(獨善) 불공정에 진저리가 나기 때문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는 공허(空虛)한 구호에 그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표창장 위조나 인턴 경력 창작은 부모이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들의 학폭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고 전학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한 게 드러나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도 파렴치(破廉恥)하다.

 

()이 선()을 조롱하는 일은 지금도 왕왕 일어난다. ‘ 회란기 로 극장에서나마 대리 만족을 경험한다. 거짓은 탄로 나고 부정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것을 박력 있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의를 손바닥처럼 뒤집고 피해자 흉내나 내는 우리 시대의 철면피(鐵面皮)들을 후려친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솔로몬의 지혜를 불러온 것이다. 판관 포청천은 석회로 바닥에 원을 그리게 한다. “ 아이를 원안에 세워라. 두 여인은 원 밖으로 끌어당겨라! ” 두 어미가 아이의 팔을 어떻게 잡아당기는지 관객은 목격한다. 망설이다 물러서는 쪽이 생모(生母). 진짜와 가짜가 가려지고 마침내 정의가 실현된다. 진실은 파묻어도 해처럼 들어나고 거짓은 가리고 덮어도 쇠꼬챙이처럼 뚫고 나온다.

 

예나 지금이나 악인이 있다. 벌을 받아 마땅한데 잘 피하는 요령을 터득한다. 반질반질한 얼굴로 위장한 사람들이다. 영점을 안 잡고 저울을 쟀나. 싶을 만큼 판결이 이상할 때가 있다. 연극 회란기 는 진실이 거짓을 이긴다는 진리가 외면당하면 속이 상한다. 그러나 여러분 당장 증명되지 않더라도 장해당 처럼 포기하지 말자고 격려한다. 진실을 꿰뚫어 보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세상에는 선량한 사람이 더 많으니까.

이른 봄에 농부는 밭을 갈아엎는다. 마른 겉흙은 속으로 들어가고 촉촉한 속 흙이 볕을 쬔다. 자연은 정직하다. 아무리 갈아엎어도 콩 심으면 콩 이나고 팥 심으면 팥이 난다. 인생도 뿌린대로 거두는 것이다. ‘ 회란기 는 세상이 덜 살벌하고 더 상식적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바닥에 원을 그린다. 거짓은 탄로 나고 부정한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 시차時差는 있지만 오차誤差는 없다.

 

목록





이전글 2023.04.19 - 생각하는 나무 (아들에게 쓰는 편지)
다음글 2023.05.03 - 생각하는 나무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