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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22 - 생각하는 나무 (봄꽃 이야기)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0:42:10
  • 조회수 5

생각하는 나무 봄꽃 이야기 김 형자 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형형색색 꽃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겨울과 봄의 경계엔 동백이 먼저 핍니다. 이어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등 순으로 봄꽃이 피어납니다. 식물은 왜 이렇게 시간을 달리하여 꽃을 피울까요. 봄꽃 세상에도 질서가 있다는데 그 질서는 무엇이 만들어낼까요.

 

시차를 두고 차례로

진화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더 많은 자손을 퍼뜨리려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식물은 동물처럼 좋은 환경을 찾아 옮겨 다니지 못하니까 꽃피는 시기라도 달리해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거라네요. 식물은 항상 햇빛과 물. 땅속 영양분 등 자원을 얻고자 다른 식물과 경쟁을 합니다. 또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겨주는 곤충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서도 경쟁하지요. 잎이 나기 전 샛노란 꽃을 피우는 개나리는 잎에서 영양분을 얻지 못해 꽃가루도 적고 꿀도 별로 없지만 다른 꽃보다 일찍 피기 때문에 꽃가루를 퍼뜨릴 곤충을 독차지할 수 있는 거랍니다.

나무줄기에서도 시차를 두고 꽃이 핍니다. 꽃대의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올라가며 피거나 위에서 아래로 피거나 하지요. 꽃이 단번이 아니라 시차를 두고 피면 그만큼 피어 있는 시간이 길고 꽃가루받이 확률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식물이 개화 시기보다. 너무 일찍 피면 꽃가루받이에 관여하는 곤충과 상호관계가 깨질 수 있어요. 곤충이 등장하기도 전에 빨리 피고 져버린다면 나무는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번식도 할 수 없게 됩니다. 반면에 곤충도 꿀을 얻을 기회가 없겠지요.

 

꽃의 색깔과 향기의 유혹

꽃의 색깔과 향기는 곤충을 유인하는 수단이랍니다. 곤충은 좋아하는 꽃 색깔과 향기가 제각각이라서 식물은 자기가 원하는 곤충을 불러들이기 위해 독특한 꽃 색깔과 향기를 만들어냅니다.

봄이 올락 말락 할 때쯤 수줍게 자태를 들어내는 동백꽃은 붉은색을 띠어요. 또 추울 때 피는 꽃이어서 꽃잎이 두꺼운데 그 속에 꿀이 저장되어 있답니다. 이 꿀과 동백꽃의 붉은 색에 끌려서 찾아오는 동물은 곤충이 아닌 동박새랍니다. 나비와 벌이 활동하지 못하는 시기에 꽃을 피우고 꿀 향기와 아름다운 꽃으로 동박새를 유혹해 꽃가루받이를 맡기는 것입니다. 밤에 피는 박꽃과 달맞이꽃은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는 흰색과 노란색을 띠고 있어요. 또 초롱꽃 같은 통꽃(잎이 서로 붙은 꽃)은 벌이나 작은 곤충을 받아들이기 위해 지금과 같은 크기와 깊이의 초롱(호롱)모양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식물의 겨울잠

그렇다면 식물은 어떻게 봄이 오는 것을 알고 꽃을 피울까요. 식물이 겨울잠에서 깨고 적당한 계절에 꽃을 피우는 것은 바로 온도와 일조 시간을 인지하는 식물의 정교한 메커니즘 덕분이라고 해요. 같은 지역에서도 양지와 응달에서 꽃피는 순서가 다른 것은 꽃대가 충분히 따스해 져야 꽃눈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봄꽃의 꽃눈은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에요. 이미 여름부터 가을까지 준비한 거랍니다. 한해 전부터 형성된 꽃눈은 추운 겨울 동안 낮은 온도 상태를 거쳐야 꽃을 피울 수 있지요. 이것을 춘화(春花)현상이라고 합니다. 주위 기온이 10도 정도의 환경으로 바뀌면 봄이 오는 것을 직감하고 꽃눈의 생장 억제 호르몬을 줄이는 대신 개화호르몬 프로리겐(florigen)을 생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겨울잠의 깊이도 얕아져 한두 달 후에는 꽃눈을 틔울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막 겨울잠을 자기 시작한 개나리를 봄처럼 따뜻한 온실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요. 꽃이 필까요? 아니에요. 오랜 기간 낮은 온도의 춘화현상을 겪지 않은 개나리는 아무리 따뜻한 환경이 되더라도 꽃을 피울 때라고 여기지 않아 개화호르몬 생성을 재촉하지 않는다네요.

 

개화시기의 결정

꽃이 피는 시기는 햇빛이 비추는 시간으로도 결정됩니다. 낮과 밤 길이의 변화를 인지해서 저마다 일정한 계절에 꽃을 핍니다. 빛은 식물이 자라는 시기. 꽃을 피울 시기. 열매 맺을 시기.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식물엔 하루 중 빛이 비치는 시간(일조 시간)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개나리는 꽃이 봄에 피는 데 반해 국화는 가을에 피는 것은 각각 이조시간을 감지해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개나리처럼 낮이 길어지는 계절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장일(長日)식물. 낮이 짧아지는 계절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단일(短日) 식물이라고 합니다. 원예식물은 대부분 일조시간에 관계없이 꽃눈을 형성하는 중일(中日)식물입니다.

 

결론적으로 봄꽃은 생장 온도. 겨울 추위를 거치는 춘화(春花). 낮과 밤길이 광주기(光週期)에 따른 식물 호르몬 조절. 개화유전자의 발현 등으로 시기를 결정해 이른 봄부터 차례차례 피어납니다.

주석(注釋) 달면 모든 식물이 경쟁사회를 이루고 있어 적절한 시기에 꽃을 피워 종족을 번식시키려는 생존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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