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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0 - 생각하는 나무(택시기사와 낙조 인생)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3 18:30:40
  • 조회수 15

생각하는 나무 < 택시기사와 낙조 인생 >

 

택시기사분 들은 흥미 진지하거나 신기한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택시는 잠들지 않는 도시 곳곳을 누비며 승객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분주하게 실어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킵니다.

어느 날. 택시기사가 콜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그에게 일어난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콜 받고 해당 주소로 가서 경적을 울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한 번 경적을 울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습니다. 이 손님이 그 날 교대 전 마지막 콜이었기에 그는 마음이 급해져 얼른 포기하고 차를 돌릴까 하다가 일단 문으로 가서 다시 불러보기로 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노쇠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 잠시만 기다려 줘요. ”

시간이 꽤 지나 문이 열렸고 90 이상 되어 보이는 키가 작고 연로하신 할머니 한 분이 나오셨 습니다.

손에 작은 여행 가방을 들고계셨습니다. 고개를 끼웃거려 집안을 들여다보다가 속으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집안에는 사람 산 흔적이 싹 지워진 듯 모든 가구는 흰 천으로 덮혀 있었고. 휑한 벽에는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았습니다.

단지 사진과 기념품이 넘쳐 나는 상자 하나만 구석에 놓여 있었습니다. 어리둥절 해 있는데 할머니가 기사 양반 하고 부르시더니 내 여행 가방 좀 차로 옮겨 줄래요? ”“ 부탁해요! ”하신다. 할머니의 요청대로 가방을 트렁크에 싣고 할머니에게 돌아가 천천히 차까지 부축해 드렸더니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 모든 승객분들을 제 가족처럼 모셔야지요! ” “ 굉장이 친절하시네요

할머니는 택시에 탄신 뒤 목적지 주소를 알려 주시며 시내를 가로질러 가지 말아 달라고 하셨다. 그래 내가 그러면 목적지까지 가는 지름길이 없는데요. ” “ 시내를 통과하지 않으면 많이 돌아가야 될 텐데 괜찮으세요? ”

할머니는 당신만 괜찮으면 급할 게 없으니 돌아가도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한 말씀 덧 붙이셨습니다.

지금 요양원에 가는 길이야. 사람이 늙으면 마지막 죽으로 가는 곳이지. ” 하시며 입가에 외로운 미소를 지으신다. 할머니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씀하셨지만 참 많이 슬퍼 보였다. 그러시면서 의사 선생이 말하기를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재빨리 미터기를 공차로 껐었습니다. 그러고는 뒤를 힐끔 돌아보고 나서 어디 가보고 싶으신데 없으세요? ” 하고 여쭈었다.

나는 그 후 두 시간 동안 할머니와 함께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할머니는 젊은 시절 일하셨던 호텔을 비롯해 고인이 된 남편과 살았던 예전 집 등등... ... 그동안 인연이 있던 시내 여러 곳을 다녔습니다.

그동안 할머니는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바라보시기도 하고 때로는 차를 잠시 멈추게 하시고는 유리 창문을 내려 물끄러미 바라보시며 눈물을 보이시기도 하셨습니다. “ 이제 피곤하네요! 요양원으로 가 주세요.”

도착한 요양원은 생각보다 작았고 차를 세우니 두 명의 간호사가 나와서 할머니를 휄체어에 태웠습니다. 나는 트렁크 속에 두었던 여행 가방을 꺼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나를 보시며 요금이 얼마죠.? ” 무릎위에 있는 핸드백을 열며 내게 물었습니다. 내가 오늘은 무료입니다. ” “ 그래도 이 사람아 생계는 꾸려 가야지. ” 하신다. “ 걱정마세요. 승객은 또 있으니가요.”

한순간 나는 망설임도 없이 할머니를 꼬옥 안아드렸고 할머니 역시 나를 꼬옥 안으시면서 눈시울을 적지셨다.

이 늙은이의 마지막 여행을 행복하게 만들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하시며 옛 집을 돌아보실 때 보이셨던 뭔가 애듯한 표정을 지으시며 눈가에 눈물이 고이셨다.

나도 두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휄체어에 앉으신체 간호사분들의 떠밀림에 요양원 안으러 들어가시던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시며 손을 들어 나를 전송해주셨다.

나는 교대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목적지도 없이 차를 몰고 거리를 배회했다. 누구하고 만나거나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늘 할머니를 태우지 않았더라면.... ....

그날 밤 일은 인생을 살며 내가 해온 것 중에 가장 뜻깊은 일 중의 하나가 되었다.

정신없이 바쁜 삶 속에서 우리는 종종 크고 화려한 순간에만 집중합니다. 더 크게 더 빨리 더 멀리 ... .... 하지만 정작 인생에 의미 있는 순간은 조용하고 사소합니다. 여유를 가지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면 어떨까?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진지하게 말입니다.

급한 마음에 무엇에라도 쫒기듯 황망하게 사는 것보다는. 아주 조금은 모자라게 조금은 비워두는 삶을 살면 어떨까? 손해 본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양보했다고 생각을 한다면 그리 큰 슬픈 일만은 아닐거라. 좋은 사람을 찾지 말고 좋은 사람이 되어주며. 좋은 조건을 찾지 말고 좋은 조건 되는 사람이 되는. 털어 봐 아프지 않은 사람 있나. 물어봐 사연 없는 사람 있나. 가까이 가봐 삶의 무게가 없는 사람 있나. 꽃은 피어도 소리가 없고 새는 울어도 눈물이 없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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