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2022.11.15 - 생각하는 나무(어느 노부부의 외식)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3 18:26:10
  • 조회수 17

생각하는 나무 < 어느 노부부의 외식 >

 

작은 방에 가로누워 있는 빈곤의 그림자는 노부부의 삶 위에 누운지가 오래 인듯합니다. 자식들 출가시키고 나니 부부에게 남은 건 녹슨 뼈마디와 가난이 덕지덕지 붙은 하루만 남아 있으니까요.

늘어나는 나이 따라 쌓여가는 약봉지들을 바라보는 노부부의 하루는 고달프기만 하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한 것만으로 이불 삼아 식어버린 냉방의 온기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들들이 큰 회사에 다니고 있어 주민쎈터에서는 생활보장 대상자로 지정받지 못한 노부부 앞에 놓인 노령수당인가 하는 돈 한 달 40만이 전부입니다.

지하 단칸방 월세 10만 원을 내고 나면 30만 원 남은 돈으로 전기료 수도료 등 공공요금을 떼고 나면 20여만 원이 전부입니다.

젊음이 있어 늙음이 보이지 않는 자식들은 제 놈 살기 힘들다면 1년에 한두 번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기에 나무껍질처럼 깡마른 손등에는 먼지뿐인 삶 앞에 노부부가 기댈 수 있는 거라고는 서로에게 위안받고 가슴으로 언 손 녹이며 사는 것밖에 없다고 속내로 주책없이 눈물을 훌쩍입니다.

눈물로 건너는 이 세상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는 게으른 아침이 오기 전에 새벽을 먼저 걸어나갑니다.

할아버지 ~ 우리도 장사가 안돼 박스를 많이 못 모아드려 죄송해요. 하시는 슈퍼아줌마의 안타까운 미안함과 하소연에 아녀요, 아녀요. 이거라도 고맙습니다.” 새벽 골목길에 친구가 된 환경미화원 김씨랑 신문배달하는 중학생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며 희망이란 반주에 맞춰 집으로 와서는 할머니 아침밥을 챙겨드리고는 다시 거리를 재활용 손수레를 밀고 돌아다니다가 점심때가 되면 다시 병석에 누워 있는 할머니 점심 챙겨 들이러 앞집 건물 그늘 베고 구부정하게 누워 있는 반 지하방으로 들어옵니다.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이 되어서야 위태로운 하룻길을 마감하고 뼈 마디마디마다 쑤시는 가죽 걸친 고달픈 육신을 퇴색된 그림자에 기대여 껴안고 서 있는 집으로 구부정한 허리 굽혀 들어옵니다.

땡볕에 그을린 천오백 원을 들고서 말이죠. 할아버지는 눈물자국 따라 집으로 올 땐 꼭 사 들고 오는 게 있는데요. 할머니가 좋아하는 붕어빵이랍니다.

돈이 없어 오백 원에 한 개 하는 붕어빵을 사오셔서는 차가운 달빛을 베갯머리에 이고 누워만 있는 할머니에게 할멈 ~ 내가 생선 한 마리 구워왔어. 꼬리부터 줄까. 머리부터 줄까? ” 하시면서 머리에 하얀 분칠을 한 할머니 입에 붕어빵을 발라서 넣어 줍니다.

문풍지에 머물 던 바람이 밀어 그네를 타는 20촉 짜리 백열등 아래서 붕어빵 하나에 들어 있는 사랑의 온기로 버틴 할머니의 움푹 팬 광대뼈엔 행복한 미소와 눈물이 파르스름한 달빛처럼 흐릅니다.

병들고 고독해도 모두가 살아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운 황혼빛에 핀 세월의 꽃은 살며시 안겨 걸어온 시간을 하나둘 꺼내어 보입니다.

하늘길 걸어온 햇살이 할머니 머리맡에 앉아 조금조금 속삭이며 하얀 머리를 감기고는 휄체어에 태워 든든한 하늘이 놓아 준 골목길 따라가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어디 가시나 물었더니.

우리 할멈일랑 오늘 외식하러 가 목이 쉰 겨울이 지난 자릴 더듬어 나뭇잎만 한 행복을 얼굴에 매달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도착한 곳은 붕어빵을 굽는 포장마차 앞입니다.

지나는 바람이 물어봅니다. “ 할아버지~ 할머니랑 외식한다는 곳이 여기예요? ” “ 그려 ~ 1년 만의 외식인걸 이라며 슬픔과 작별이라도 한 듯 하얀 웃음꽃을 매달고는 할머니에게 한 마디 건넵니다. “ 임자 ~ 많이 먹어... ” “ 영감도 많이 드세요. ” 이 세상에서 가장 늦게 까지 잡고 있고 싶었던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선 할아버지도 벌써 두 마리를 잡숫고 계십니다.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할머니는 알고 있습니다. “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란 걸 ... ”                      

목록





이전글 2022.11.08 - 생각하는 나무 (마음 읽기)
다음글 2022.11.22 - 생각하는 나무 (단풍 너를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