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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이영환의 사이언스 카페)-2019.02.19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9-03-18 10:08:22
  • 조회수 2545

생각하는 나무 " 외할머니 " 이영환의 사이언스 카페

 

외갓집에 잔치가 있는 날이면 며칠 전부터 설렌다. 대문으로 이어진 골목길에 접어들면 외할머니가 뛰듯 반기고 나와 꼭 안아 주었다. 도시에선 어머니 홀로 견뎌내는 가난에 아이들도 움츠러들었지만 외가에만 오면 동화에 나오는 소공자 소공녀라도 된 듯 어깨가 저절로 펴진다. 할머니의 위대함은 이미 과학자들이 입증했다. 할머니가 손자의 생명을 좌우 한다는 ' 할머니 가설 '이다. 영국 셔필들대학의 연구진은 200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18 ~ 19세기 캐나다, 필란드 여성 3000여 명을 조사해 여성은 생식능력이 사라지는 폐경 이후 10년 마다 평균 2명의 손자를 더 보는 것을 확인 했다고 발표 했다. 할머니가 있어야 집안이 번성한다는 말이다.

할머니가설은 손자를 위해 극단적으로 자신을 희생한 사례다. 대부분 동물에서 암컷은 죽기 직전까지 새끼를 낳는다. 수명이 한참 남았는데 폐경을 맞는 현상은 포유류 중 사람과 범고래. 들쇠고래 단 3종에서만 발견된다. 할머니는 자손을 위해 자신의 '생식능력'이라는 본능을 버린 것이 아닐까. 실제로 과학자들은 노산(老産)의 위험을 감당하기보다 손자를 잘 보살펴 결국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후손을 더 많이 퍼뜨리도록 진화한 결과로 해석한다.

할머니의 내리 사랑은 특히 모계(母係)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필란드 교회에 기록 된 어린이 5815명의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핀란드는 극심한 기근과 전염병이 이어져 어린이 3분의 1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죽었다. 그래도 50 ~ 75세 외할머니가 있는 집에서 태어난 2 ~ 5세 어린이는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집의 아이보다 생존율이 30%나 높게 나왔다. 같은 나이의 친할머니는 손자의 생존율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5세 이상의 경우 외할머니는 이제 더 이상 손자 생존율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친할머니는 오히려 37%나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를 놓고 연구진은 산업화 이전 친할머니는 주로 아들가족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자식이 고령의 부모와 어린 자식 사이에 자원을 분산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석 했다. 반면 외할머니는 나이가 들어 손자에게 더 이상 도움을 주지 못해도 따로 살기 때문에 피해는 주지 않았다.

 

외할머니 내리 사랑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2012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젊은 층의 통화 1순위는 같은 연령대 이성(異性)이지만 50대가 되면 통화 1순위가 한 세대 어린 여성()으로 바뀐다. 고 발표를 했다. 외할머니가 손자를 보살피느라 딸과 통화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내가 안 예뻐도 처갓집 말뚝만 보면 무조건 절을 해야 마땅한 세상이다.

같은 이치로 처갓집과 뒷간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은 이젠 시대에 맞지 않는다. 요즘엔 아기를 맡기려고 처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전통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할머니가 가까이 있을수록 손자들이 제대로 자라 날 수 있었다. 캐나다 비숍대의 폐트릭 교수 연구진은 같은 저널에 1608- 1799년 캐나다 퀘백 지방에 정착한 프랑스 이민자 중 외할머니 3382명과 손자 56767명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핀란드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에서도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그 딸이 낳은 아이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출산한 딸보다 평균 2명 더 많았다. 15세까지 살아남은 아이도 평균 1명이 많았다. 반대로 처가가 멀어지면 자손 적어진다. 어머니가 100km 멀어 질수록 딸이 낳은 아이가 0.5명씩 줄었다. 어머니와 딸 사이 거리가 350km를 넘으면 외할머니의 내리 사랑 효과도 사라졌다.

참고로 인류 진화에서 '할아버지 가설은 없다.' 핀란드 전통사회의 기록을 조사해보면 아내와 사별하고 재혼한 남성은 한 번만 결혼한 남성보다 아이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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