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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1.23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1-30 11:27:03
  • 조회수 2737

생각하는 나무 톨스토이

 

시몬은 젊은이에게 외투를 입혀 주려 했지만 팔을 소매에 잘 꾀지 못했다. 그는 직접 젊은 이의 두 팔을 외투에 끼워주었고 옷자락을 여민 다음 허리띠를 매주었다. 시몬은 자신이 쓰고 있던 낡은 모자도 벗어 젊은이에게 씌워 주려다가 그랬다가는 자신이 너무 추울 것 같아 다시 썼다.

난 머리칼이 거의 없지만 이 젊은이는 머리숱이 많으니 괜찮을 거야 그보다는 신발을 신켜주는게 낫겠군,

시몬은 젊은이를 앉히고 펠트 장화도 직접 신겨 주었다. ‘ 이젠 됐네. . 좀 움직여서 몸을 녹여야지 뒷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런데 자네 걸을 수 있겠나? 그러나 젊은이는 부드러운 눈길로 시몬을 바라볼 뿐 아무 말도 없었다.

왜 아무 말이 없는 거지? 여기서 그냥 겨울을 지낼 셈인가? 집으로 돌아가야지. . 여기 내 지팡이가 있으니 기운이 없으면 이걸 집게나, , 걸어보게, 걸어 봐!’

젊은이는 시몬을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은 아니였지만 뒤처지지도 않았다. 함께 길을 걷던 시몬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 자네 도대체 어디서 왔나?’

저는 이 고장 사람이 아닙니다.’ ‘ 아무렴, 이 마을 사람이라면 내가 다 아니까 말이야, 왜 이런 데까지 왔지? 그것도 교회 모퉁이에 말이야.’ ‘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 틀림없이 어떤 나쁜 녀석들이 이런 짓을 한게지?. ’ 아무도 제게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하나님의 벌을 받았을 뿐입니다.

그야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이기는 하지만 ..... 어쨌든 자네 좀 쉬어야 할 텐데, 어디로 갈 생각인가?.

어디라도 괜찮습니다. ’

시몬은 조금 놀랐다. 나쁜 사람 같지도 않고 말씨도 공손한 이 젊은이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자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 시몬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긴 세상에는 말 못할 일도 많지.’ 시몬은 젊은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 우리 집으로 가는 것이 어떤가? 몸은 좀 녹일 수 있을 걸세.’

그렇게 두 남자는 나란히 시몬의 집을 향해 걸었다. 찬바람이 시몬의 셔츠 속으로 스며들었다. 술기운이 가시니 점점 추위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시몬은 코를 흘쩍거리며 몸에 걸친 아내의 재킷을 잔뜩 여미다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람 모피 외투를 마련하러 갔다가 외투는커녕 벌거숭이 젊은이까지 달고 가다니, 마트료나가 잔소리 쾌나 하겠는걸.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자 시몬은 다시 침울해 졌다. 하지만 곁에서 함께 걷고 있는 이 낮선 젊은이를 바라보니 교회 뒤에서 자신을 쳐다보았던 그 시선이 생각나 괜히 가슴이 복차 올랐다.

시몬의 아내는 바삐 집안일을 마쳤다. 장작을 패고 물을 긷고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도 했다. 대강 일을 끝내 놓은 그녀는 홀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빵은 언제 굽지? 오늘 구울까, 아니면 내일 구울까?’

빵은 아직 큰 덩어리가 하나 남아 있기는 했다. 시몬이 점심을 먹고 온다면 저녁은 그리많이 먹지 않겠지. 그러면 내일 먹을 빵은 이것으로 충분할 거야.‘

마트료나는 빵 조각을 만지작대며 중얼거렸다. 오늘은 빵을 굽지 말아야 겠다. 밀가루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걸로 금요일까지 버텨 봐야겠어,

마트료나는 빵을 치운 뒤 식탁에 앉아 남편의 낡은 셔스를 기우며 남편이 어떤 양가죽을 사 올지 상상해 보았다.

모피 장수에게 속지는 않았겠지? 사람이 워낙 어수룩해서 말이야.... .. 남을 조금도 속일 줄 모르고 대신 어린아이에게도 속는 사람이니.... ...

하지만 8루블이면 적지 않은 돈이니까 좋은 가죽을 살 수 있을 거야. 최고급 모피는 아니더라도 일반 모피 외투는 만들 수 있겠지. 지난겨울에는 모피 외투가 없어서 얼마나 고생 했는지 강가에도 못 가고 산에도 갈 수 없었지, 바로 오늘 만 해도 그이가 옷을 몽땅 입고 나가 버리니까 난 걸칠 옷이 하나도 없잖아.

.... .... 그런데 왜 이렇게 늦을까? 일찍 떠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올 때가 됐는데 이 양반이 혹시 술을 마시고 있는 건 아닐까?

그때 현관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트료나는 기우고 있던 낡은 셔츠에 바늘을 꽂아 놓은 채 현관으로 나갔다. 현관에는 시몬, 그리고 펠트 장화를 신은 낮선 젊은이 이렇게 두 사람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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