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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1.16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1-30 11:26:09
  • 조회수 2667

생각하는 나무 톨스토이 지음

 

그리고 그 놈은 농사를 지어 빵을 만들어 먹으면 되지만 난 당장 돈을 주고 사야할 형편이고 말이야,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일주일에 빵 값만 3루블이 들고, 집에 돌아가면 빵도 없을 테니 적어도 1루블 50코페이카는 내놔야 해 그러니까 당장 나한테 돈을 갚으란 말이야.

씩씩거리며 걷던 구두수선공은 이윽고 길모퉁이에 있는 교회에 이르렀다. 그때 구두수선공의 눈에 교회근처에서 뭔가 하얀 물체가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눈을 크게 뜨고 그것을 살펴보았지만 이미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해 주위가 어두워 무엇인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바위 같은 건 없었는데 .... .... 혹시 소인가? 아냐, 짐승같아 보이지는 않아, 머리는 사람 같은데,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하얀걸, 더구나 사람이 이런데 있을 리가 없지. 구두수선공은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점점 그 형상이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형상은 살았는지, 죽었는지, 분간할 수 없지만 틀림없는 사람이었다. 벌거벗은 몸으로 교회 벽에 기대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인지 조차 분간되지 않았던 것이다. 구두수선공은 갑자기 겁이 덜컥 났다.

 

저런, 누군가가 이 남자를 죽이고 옷을 벗겨 간 모양이군, 괜히 가까이 갔다가 나중에 무슨 변을 당할지 몰라.

구두수선공은 그곳을 그대로 지나치기로 마음먹고 남자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걸었다. 그런데 그렇게 교회모퉁이를 지나칠 때쯤 구두수선공이 뒤를 돌아보니 그 남자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그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더욱 겁이 나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한번 가까이 가볼까? 아니면 그냥그대로 지나쳐 갈까? 혹시 곁에 갔다가 무슨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지금 나는 저놈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잖아,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있을 리 없어,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무섭게 덤벼들어 내 목을 졸라 버릴지도 몰라, 그러면 난 꼼짝없이 죽는 거야.

목졸려 죽지는 않더라도 결국 좋지 않은 일을 당할 게 뻔해, 만일 돕는다고 해도 저 벌거숭이를 내 옷을 벗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 ...... 에라 모르겠다. 그냥가버리자!.

구두수선공은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교회를 거의 벗어났을 무렵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양심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길 한복판에 멈춰 서서 자신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시몬. 도대체 넌 뭘 하고 있는 거지? 사람이 어려운 일을 당해 죽어가고 있는데 겁이나 집어먹고 슬그머니 도망치려고 하다니..... ...... 네가 무슨 부자라도 된다고 가진 재산을 빼앗길까 봐 겁을 낸단 말인가? 시몬, 이건 옳지 않은 행동이야!

 

단단히 결심한 구두수선공은 발길을 돌려 사내에게 다가갔다.

 

구두수선공 시몬은 벌거 벗은 남자 곁으로 다가가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는 젊은 남자 였다. 그래서인지 몸은 튼튼해 보였고 다행이 얻어맞은 흔적도 없어보였다. 그러나 그는 몸이 꽁꽁 얼어 붙어 덜덜 떨고 있었다. 젊은이는 벽에 기대앉은 채 시몬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약해질 때로 약해져 눈을 뜰 힘조차 없는 것 같았다.

 

시몬이 한 걸음 더 다가가자 젊은 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시몬을 똑바로 쳐다보는 젊은 이의 눈빛이 시몬의 마음을 움직였다. 시몬은 들고 있던 펠트 장화를 땅바닥에 팽개치고 허리띠를 풀어 놓은 다음 서둘러 외투를 벗었다.

 

젊은이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걸 입어요, . 어서!

시몬은 젊은이를 부축해 일으켰다.

젊은이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키도 훤칠하고 몸도 깨끗했으며 손과 발도 거칠지 않았다. 잘 생긴 얼굴 기품 있는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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