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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2018.01.09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1-30 11:25:24
  • 조회수 2672

생각하는 나무 “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우리는 형제를 사랑함으로 사망에서 옮겨 생명으로 들어 간 줄을 알거니와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사망에 머물러 있느니라. ( 요한 일서 314)

 

누가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 요한 일서 317 - 18)

 

집도 땅도 없는 구두 수선공 시몬이 어느 동가에 세 들어 살고 있었다. 그에게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었는데. 구두를 만들거나 수선해서 버는 돈이 수입의 전부였다. 그러나 빵 값은 터무니없이 비쌌고, 구두 수선비는 지나치게 쌌다, 그래서 그들은 얼마 안 되는 수입으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해 나가고 있었다.

 

구두수선 공에게는 모직 외투가 한 벌 있었는데 아내와 번갈아 가며 입어야 했다. 그러나 그조차도 낡아서 누더기가 된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는 이 년째 새 외투를 만들 양 가죽을 사기 위해 잔뜩 벼르고 있었다.

 

겨울이 오기 전 구두 수선공은 가까스로 얼마만큼의 돈을 모을 수 있었다. 아내의 장롱 속에는 3루블짜리 지폐가 있었고 마을 농부들에게 꿔 준 돈도 5루블 20 코페이카나 되었다. 이렇게 돈이 모이자 그는 양가죽을 사기 위해 마을로 갈 준비를 했다. 아침 식사를 마친 그는 무명과 솜으로 만든 아내의 재킷을 걸치고 그 위에 다시 두꺼운 모직 외투를 껴입었다. 3루블짜리 지폐를 주머니에 넣은 뒤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 지팡이도 만들었다.

 

길을 떠나며 그는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빌려 줬던 5루블을 받아 내가 가지고 있는 3루블에 보태면 양가죽을 사서 겨울 코트를 만들 수 있겠지.

마을에 도착한 구두수선공은 한 농부의 집을 찾았다. 그런데 농부는 외출 중이었고, 농부의 아내는 일주일 안으로 남편을 통해 돈을 보내겠다는 말만 전할 뿐 돈은 갚지 않았다. 그는 빈 손으로 또 다른 농부의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그 농부 역시 하늘에 맹세코 돈이 한 푼도 없다며 장화를 고친 값 20코페이카만 건내 주었다. 구두 수선공은 어쩔 수 없이 외상으로 양가죽을 사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피장수는 이를 거절했다.

돈을 먼저 가지고 오쇼. 그러면 마음에 드는 걸로 줄 테니. 외상값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당신도 잘 알잖소.’ 결국 구두 수선공이 받은 것이라고는 고작 구두 고친 값 20코페이카와 어느 농부가 꿰메 달라고 부탁한 낡은 베트장화 뿐 이었다. 양가죽은 사지도 못하고 헛수고만 한 구두 수선공은 속이 몹시 상해서 가진 돈 20코페이카를 보드카 마시는데 몽땅 사용해 버렸다. 그리고는 터덜터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침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외투를 입지 않아도 몸이 화끈해 졌다. 구두 수선공은 한 손에 든 지팡이로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을 두드렸고 다른 한 손에 든 펠트 장화를 허공에 휘두르며 혼잣말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모피 외투 같은 거 입지 않아도 따뜻하게만 사네! 한 잔 마셨더니 온 몸이 확 달아오르는 게 양가죽 외투 따위는 없어도 되겠어. . 난 사내대장부야! 그따위 외투 없어도 살 수 있어 평생 그런 것 따윈 필요 없어!

... .... 하지만 마누라가 가만있을 것 같지 않군. . 골치 아파.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놈들은 늘 날 업신여긴단 말이야 두고 보자. 돈을 빌려가 놓고 이번에도 안 주면 네놈 모자를 벗겨 가지고 올 거야!

도대체 이게 뭐람? 20코페이카씩 찔끔찔끔 주고 말이야. 그걸로 술 마시는 것 외에 뭘 할 수 있겠어? 자기가 곤란하다고 나까지 곤란하게 만들면 어떡하라는 거지? 자기는 집도 있고 가축도 있고 뭐든지 다 있지만 내가 가진 거라곤 이 외투 한 벌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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