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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금원이야기)-2017.11.21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7-11-27 11:41:34
  • 조회수 3256

생각하는 나무 [ 금 원 이야기 ] 박 종인 글

 

세상의 절반은 여자라 했다. 갈 길 아직 멀지만 남녀 평등사회가 오기까지, 그녀들의 삶은 持難(지난)하였다. 持難(지난)한 삶을 발과 눈으로 느껴보려고 강원도 원주로 가보자.

 

원주 계집아이 錦園(금원)이 어느 날 생각한다. ‘ 내 나이 열넷 내년이면 나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지 이름 모를 남자 것이 되고나면 보고 싶은 세상 죽을 때까지 볼 수 없으리 하여 그녀가 탈출을 감행 한다. 아비를 조르고 어미를 졸라서 男裝(남장)을 하고서 정처 없이 떠난다. 태어나 처음 본 바다 앞에서 그녀가 이리 읊는다.

 

바다를 보다 ( 觀海 )

 

모든 물 동쪽으로 흘러드니

깊고 넓어 아득히 끝이 없구나

이제 알았네. 하늘과 땅 아무리 커도

내 한 가슴에 다 담을 수 있다는 걸

놀랍지 않은가. 열네 살 먹은 계집아이가 한다는 말이 그 廣大(광대) 無變(무변)天地(천지) 四方(사방)을 한 가슴에 다 담을 수 있겠다니 錦園(금원)이 길을 떠날 때는 서기 1830( 287년 전 )이요. 나이는 열네 살 있었다. 당시 남정네도 쉬이 길을 떠나기 힘든 시절 금원은 충청도 땅과 금강산과 관동팔경 북 쪽 관서 지방과 한양을 두루 여행하였다.

훗날 그녀가 머리에 비녀를 꽂고 쪽을 찌고 써내려 간 젊은 날 여행기가 호동서락기 湖東西洛記 였다.

 

호동서락기 기는 이렇게 시작 된다. 나는 관동 봉래산 사람으로 스스로 호를 금원이라 칭했다. 조용히 내 인생을 생각해보니 사람으로 태어나 행복이요, 문명국에 태어남이 행복이요. 여자로 태어난 것은 불행이다.

 

性理學(성리학)이 득세한 조선을, 여자로 살아내기가 얼마나 복잡한지 그녀는 알았다. 또 있다. 여자로 태어났다고 규방 깊숙이 앉는 게 옳은가? 세상에 이름 남기기 단념하고 분수대로 사는 게 옳은 일인가?

하여 금원은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 계례(笄禮)를 한 해 앞두고 일생일대의 여행길을 떠난다. 부모도 남장을 조건으로 당돌한 도전을 허가 했다. 충청도와 금강산 자락, 한양을 둘러보고 세상 넓음을 알고 깜짝깜짝 놀란다. 장사치들이 출몰하는 포구도 보았고 바위 위에 놀고 있는 물개도 보았다. 모두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바다를 대면하고는 이리 말한다.

인생이 덧없음을 그리고 몹시 가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바다에서 덧 없음을 읽었다. 하고 천하를 자기 것으로 하겠다고 이야기하는 십대 여자 아이의 여행. 기이하지 않은가. 그렇게 고향 땅 원주를 떠나 관동과 호서 땅 충청도와 한양 땅 두루두루 살피고선 그녀가 이렇게 말한다. “ 다 보았으니 여기서 그침이 옳을 것이다. 본분으로 돌아가 여자 일에 종사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하여 마침내 남장을 벗어버리고 예전으로 돌아오니 아직 나는 쪽 찌지 않은 여자이다. 또 놀랍지 않은가 천하를 집어 삼킬 호탕한 그녀가 모든 걸 포기하고 여자로 돌아가겠다니.

열네 살짜리 여행가는 바로 거기에서 끝난다. 그리고 여행기에서 그녀는 시간을 흘쩍 넘어 1845년 의주 부윤 김덕희의 소실로 들어간다.

 

여기에서 우리는 깊어가는 만추의 시간 앞에 잠시 뒤돌아 볼 시간을 갖게 된다. 지금부터 287년 전 열네 살의 여자 아이가 호기심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남장을 하고 팔도강산 유람에 오른다는 것은 그 과담성과 결단력 더 나아가서 그녀의 투지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여자라는 나약한 이름으로 남기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자신에 가치를 높이는 의지와 결단력에 글을 읽으며 몸에 소름이 돋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 아니면 내일 좀 더 생활이 안정 되면 이란 생각으로 마음의 지표를 꺾고 차일피일 계획을 미루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산허리 마디마디 잡고 붉게 물든 단풍 잎 한 번 처다 본 지가 수십 년 밤하늘에 별이 반짝이는 예뿐 빛을 본지도 기억에 없는 우리 내 삶이 너무 슬퍼지는 순간 여행은 못 가더라도 오늘 저녁에는 달 한번 보고 내별 한 번 차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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