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나무 “ 만추 ” 구 금섭 글
하염없이 바라본다.
그저 노란 은행잎 날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웃으며 떨어져 뒹구는 낙엽에
세월에 녹아버린 진한 그리움 휘접고
긴 기다림 가슴속에 자리한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본다.
無心(무심) 속 응시의 눈동자에
갈색 그리움 이슬 되어 맺힌다.
지나온 발자국들에 겹겹이 쌓여진 사연들이
갈 창가에 한껏 쏟아져 내리면
잔인한 세월의 추억을 反芻(반추)하는 그림자가
삶의 무게인양 고독으로 자리한다.
상흔을 메 꾼 세월의 자리에
오색 빛 이야기들 가득한데
추억마저 삼켜버리려는 세월의 도도함을
체념으로 안고가야 하는 初老(초로)의 가슴은
침묵에 잠겨 긴 인고 속으로 떠나간다.
잿빛 하늘 멍든 그리움 떠다니고
갈 빛에 晩秋(만추) 思索(사색) 짙어갈 때
빛깔 고운 山野(산야)를 혼자 보기 힘겨워
耳順(이순)에 신음하는 가슴이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속절없는 세월 앞에
모두가 꿈인 것을 알았을 때
내 인생의 가을은
긴 기다림 속으로 그렇게 떠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