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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 (채근담, 행복의 거제도)-2016.05.17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6-05-18 18:50:40
  • 조회수 3313

생각하는 나무 채근담 홍자성 지음

 

분노하는 마음으로 잘 못을 저지르는 누를 범치 말라

 

當怒火慾水(당노화욕수)正騰沸處(정등비처)하여 明明知得(명명지득)하고 又明明犯着(우명명범착)하니 知的是誰(지적시수)犯的又是誰(범적우시수)리오? 此處(차처)能猛然轉念(능맹연전념)하면 邪魔使爲眞君矣(사마사위진군의)니라.

 

분노의 불길과 욕망의 물결이 끓듯 오를 때를 당하여 명백히 그것을 알면서 또 분명하게 이를 범하니 그때 아는 자가 누구이며 억제하는 자는 누구인가?

이런 때 猛然(맹연)히 마음을 돌이키면 邪魔(사마)도 변하여 곧 참마음이 된다.

 

理性(이성)을 잃고 感情(감정)을 앞세워 화를 내고 慾望(욕망)에 이끌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 理性(이성)을 찾고 나면 수치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 兩面性(양면성)을 가진 것이 人間(인간)일진대 忿怒(분노)가 치밀고 慾望(욕망)이 불길처럼 일 때 한 박자 늦추면서 理性(이성)을 찾는 사람, 그 사람이야말로 邪魔(사마)도 부릴 수 있는 境地(경지)到達(도달)했다고 보아야 한다. 이것이 곧 人格(인격) 修養(수양)이다.

 

행복의 거제도 권 지예 지음

소녀시절 < 깃발 >이란 시를 외우며 청마 유치환이라는 이름을 가슴에 새겼다. 깃발이 바다를 향해 나부끼는 모습은 소리 없는 아우성 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니! 내게는 공감의 새로운 혁명이다. 이 표현을 절실하게 공감한 것은 2007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지역을 트래킹 하면서였다. 티베트의 접경지대엔 릉따 라는 오색 깃발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결에 만국기처럼 휘날리고 있다. 이것을 風馬(풍마)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깃발에는 티베트불교의 진언이 인쇄되어 있는데 그 신성한 말이 바람에 전파되기를 기원하는 상징물이다.

바람의 ()이자 ()이다. 히말라야 설산의 바람을 타고 그 깃발이 요동치며 나부낄 때 나는 드디어 유치환의 시를 이해하게 되었다.

 

靑馬(청마) 柳致環(유치환).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를 나는 친근하게 생각 하고 있다. 왜 일까? 그와의 아주 작고 특별한 인연이라면? 그렇다. 그의 시를 외우기 시작할 무렵, 고향의 오래된 책상에서 아버지의 낡은 앨범을 발견했다. 거기서 나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아버지의 은사였다. 아버지의 모교였던 경주중.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둘째 날, 여차 몽돌해수욕장에 내려 걸으며 나는 하나, , 셋 몽돌을 주워 쌓았다. 억겁의 세월을 겪으며 바위가 파도에 몽돌이 되었을 시간과 그 부대낌을 나는 떠올려보았다. 한 손안에 가뿐히 들어온 검은 몽돌은 차가운 듯 뜨거웠다. 파도에 씻기는 몽돌들의 합창을 들으며 나는 점점이 아름다운 섬들로 이루어진 다도해의 정겨운 거제바다의 수평선을 수심에 찬 아득한 시선으로 그리워했을 그가 되어 본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가뭇해지는 바다의 수평선을 물결이 닿을 듯 말 듯 간질이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평화롭고 애연한 그리움이 그를 잠기게 했을 것이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 바닷가, 라고 했을 때 서해도 동해도 아닌 머언 남쪽의 바다가 주는 묘한 뉘앙스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내륙의 산골이 고향인 정지용의 향수와도 다르다.

 

마지막 날이 되어 청마가 태어난 고향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제 앞바다 뒤편 산방산 자락의 아담한 마을 둔덕골 방하마을 뒷산에는 청마선생이 누어 있다. 묘지 근처에는 그의 생가와 청마기념관이 복원되어 있다. 두 채의 초가가 기억자로 다정하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아담한 생가에는 정갈하고 소박한 화단과 우물이 있다. 8대째 그의 조상이 살아온 곳, 이곳에서 유치환이라는 우리 문학사의 거목이 태어났다. 모든 처음은 이렇게 소박한 것이다.

청마 기념관 앞마당 윤기 나는 검은 오석에는 그의 시들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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