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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 (거제에갔다)-2016.04.19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6-05-09 13:14:22
  • 조회수 3513

생각하는 나무 거제에 갔다. 성 석제 지음


오전 열두 시에 출발하는 배는 장승포항에 닿는다고 했는데 파도가 높아 결항했고 두 시에 출발하는 배는 옥포터미널을 향해 정시에 출발했다. 파도 높이는 1.5미터라고 했다. 배에 올라 바같 풍경이 잘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배가 파도에 많이 흔들릴 때는 창가보다는 가운데 자리에 앉는 게 멀미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그 배를 타본 일행이 설명해 주었다.

파도가 없는 내해에서 넓은 바다로 나가자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검푸른 빛깔의 바닷물에서 만들어 졌다고는 믿기 힘든 하얀 눈보라 같은 물방울이 연신 유리창을 후려갈겼다. 배가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곤두박질 칠 때마다 나는 아이쿠, 소리를 질러댔다. 처음에는 놀이공원의 놀러코스터 같은 유료시설을 공짜로 이용하는 것 같은 느낌에 재미있었다. 하지만 놀이공원과 달리 배의 상승과 추락은 실제 상황이었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의 충격으로 배가 두 쪽으로 갈라지지나 않을까, 파도에 유리창이 깨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유일한 위안은 가운데 자리의 승객들이 무심한 얼굴로 텔레비전 화면의 다큐메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 멀미가 나기 전에 배가 닿았다. 재미와 두려움 재미있는 두려움을 맛만 보고 힘은 들이지 않은 채 내렸다. 바람이 세차다, 4월 하순도 하순인데 갈매기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명은 지형이나 지리적 특성, 역사적 사건, 평화롭고 살기 좋은 곳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서 지어지는 게 보통이다. 역사상 거인이 많아서 거제인가? 거제에는 고려 시대에 정중부의 반란으로 거제에 쫓겨온 비운의 임금 의종의 유적, 廢王城(폐왕성)이 있다.익히 아는 거제 출신의 대통령도 있다.

 

거제의 역사에 관해 설명하던 거제문화예술회관 관장이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 이라고 하면서 임진왜란 때 바다와 육지를 통틀어 첫승 을 거둔 옥포해전의 현장을 가리켰다. 명장을 넘어 성웅, 역사의 거인으로 일컬어지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옥포대첩비가 세워진 언덕바지에서 바라 본 바다의 수평선에는 새것처럼 보이는 배가 서 있었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있는 것인데도 컸다.

 

거제의 ()에는 건넌다는 의미 외에도 구제 한다는 뜻이 있다. ‘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고 할 때의 그 救濟(구제) 말이다. 나라의 危難(위난)을 거제가 구한 것이 세 번이라고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임진왜란 때의 옥포해전. 두 번째는 6. 25 때 흥남부두에서 철수한 피난민 15천 명을 실은 배가 거제로 왔을 때다. 거제는 피난민을 구제했다. 17만 명의 포로를 수용하던 수용소도 있었다. 옥포대첩은 1592(선조 25) 57일 이순신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이 일본의 도도 다카토라의 함대를 무찌른 해전이다. 옥포는 전라 충청지방에 이르는 海路(해로)의 요충지다.

 

거제의 갈도(칡섬)는 북한 금강산 아래의 해금강과 照應(조응)한다. 둘 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 준다고 하여 바다의 금강산 ’ ‘ 거제 해금강 이라고 불린다. 중국 진시황 때 不老長生(불로장생)약을 구하러 童男童女(동남동녀) 3.000명과 함께 찾아 왔다는 서불이 나지나간다 徐市過比(서시과비)라는 글씨를 새겼을 정도로 약초가 많다. 하여 약초섬이라고도 한다.

둔덕면 방하리 청마기념관에 이른다. 깨끗하고 넓은 들판 가운데 둔덕골 마을이 있다. 크고 정갈하고 꽃을 많이 심은 뜰이 있는 초가집이 청마 집안이 8대 째 살아온 곳이라고 한다.

 

문득 제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아래 있던 이중섭 거주지 가 청마의 생가와 照應(조응)한다. 한 사람이 겨우 누울 만한 작은 셋방, 냄비만한 솥이 걸려 있던 부엌, 바람벽에 걸려 있던 이중섭이 지었다던 () < 소의 말 > 그중에서도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이라는 한 구절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하면 서도 가슴을 툭 쳤더랬다. 청마가 그 ()를 보았다면 뭐라고 답했을까, 집작하기로는 ()< 행복>그리움이여 그러면 안녕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 사랑 했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가 될 것이다.

 

차를 얻어 타고 廢王城(폐왕성)으로 향했다. 둔덕면 우두봉 밑에 있는 산성이다. ()둘레는 550미터이고 () 안에는 天地(천지) 못이라는 우물이 있다. 고려 18대 임금 의종이 武臣(무신)()에 쫓겨나 3년 동안 살다간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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