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공지사항/행사안내

  • HOME
  • 게시판
  • 공지사항/행사안내
생각하는 나무(못난 소나무)-2018.08.14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9-07-11 12:33:24
  • 조회수 2761

생각하는 나무 < 솔라 > 이언 매큐언 지음

 

미안해요 김수환 추기경님의 명상록에서 잠시 이탈하게 됐네요, 어때요 한 번쯤 살짝 숨박꼭질 하다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 하고 인사드리고 제자리 찾아가는 것도 이탈이라고 나무라지는 않으실 거예요, 나무라시면 어때요 추기경님도 우리 내 예쁜 미소에는 빙긋이 웃으실 건데안 그래요.

 

책을 소게하면서 언어의 마술사를 슬쩍 넘어 갈 수는 없지요. 참새도 방앗간은 들려 차려놓은 것은 없어도 새참은 먹고 간다고 저자도 살짝 드려다 보고가요 우리.

 

능수능란한 이야기꾼으로 손꼽히는 이언 매큐언( 70) 지구의 온난화를 혼자의 일 인양 짊어지고 신음하면서 쓴 소설입니다. 그의 애교스러운 변명을 드려다 보면 지구온난화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익을 추구하는 탐욕과 위선을 풍자로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메시코만류는 사라지고 유럽인은 침대에서 얼어 죽고 아마존은 사막으로 변하고 일부대륙은 불길에 휩싸이고 나머지는 물에 잠기고 2085년 까지 북극의 얼음이 사라지면서 북극곰도 함께 사라진다는 지구 멸망의 상상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과학 소설이 아닙니다. 뜨거워지는 지구보다 훨씬 더 내부적으로 들끓고 있는 인간의 내면을 냉소적으로 다룬 희극입니다. 매큐언은 이 소설을 쓰기위해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 분야의 지식과 언어를 섭렵했다는군요. 서투르게 나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의 혀에 알맞게 농익힌 다음에서야 소설을 집필한 흔적도 찾아볼 수 있어요. 소설의 주인공은 실재하지 않는 노벨물리학 수상자 마이클 비어드랍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머리에 쥐가 나게 하는 물리학 이론이나 공식으로 꾸며진 것은 아닙니다. 쉽게 이해를 시켜드리면 겉보기에는 노벨상 후광을 입으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과학자가 남몰래 앓는 사생활의 고민거리를 우스꽝스럽게 그린 흥미와 세상과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는 예쁜 고백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휴 하고 놀라지 말아요. 소설의 주인공은 결혼은 네 차례나 했어요. 왜 부러우세요. 불행의 연속이지요. 불쌍한 생각이 안 드세요. 왜냐구요? 바람피운 게 들통이 나 이혼을 당했기 때문이지요. 성욕 못지않게 식욕도 대단한 탐식가라서 날이 갈수록 신체가 변형되고 있어요. 상상해보세요 어떤 형인가를 그려지나요. 다섯 번째 결혼도 파경 직전이지요. 남편의 외도를 확인한 아내가 당당하게 맞바람을 피우지요. 재미있네요. 우리나라면 me too me too 아니겠어요. 주인공은 오쟁이 진 남편의 입장에서 수치심과 분노에 휩싸인 끝에 아내의 애인을 찾아가지만 눈앞에 별이 번쩍하는 순간 얼얼해진 뺨을 주무르며 물러서야 했지요.

그러고 우리의 시대적 활량께서는 사생활의 공경을 과학 연구의 열정으로 해소하려고 불편한 심기를 돌립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는 연구쎈터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풍력에너지 개발에 나선다. 기존의 풍력발전을 능가하는 터빈을 만들어 각 가정의 지붕에 설치하면 화석 연료를 대체할 청정에너지 사용이 일상화 돼 지구온난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재미, 연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젊은 연구원 톰 올더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똑똑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시골뜨기이기도 한 올더스는 태양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 목마른 사람이 숲에서 나무를 베어 수액을 마실게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을 마시는 게 더 낫다 '는 비유를 동원하면서 태양광은 우리지구에 흠뻑 내리쬐어 우리의 기후와 삶을 만들죠. 달콤한 광야의 비를 우리는 그냥 컵을 만들어 내밀어 받기만 하면 됩니다.

순순하고 야심만만한 이 청년은 그의 연구 성과를 주인공에게만 보여 줍니다.

그는 존경하는 주인공의 후광을 이용해 과학자로서 입지를 굳히고 싶어 한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주인공은 청년의 인공광합성 연구에 빠져듭니다. 노벨상 수상자와 젊은 과학자 사이에 남모를 묵계가 이루어집니다. 이용하려는 사람과 그 이용을 이용하려는 사람. 그것은 비극의 씨앗이 됩니다. 어리석게 보인 청년이 자신의 연구 가치가 슬쩍 당하자 수상자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 지구온난화가 아니더라도 일류가 열 받으며 살다가 스스로 멸망하는 길은 널린 이치가 아니겠어요.

소설은 좌충우돌 진행됩니다. 주인공이 청년과 아내의 불륜을 확인한 자리에서 청년이 엉뚱하게 죽습니다. 그런데 엉뚱하게 주인공이 가장 미워하던 남자가 살인범으로 체포돼 유죄 선고를 받게 되지요. 주인공은 청년의 연구 성과를 제 것 인양 도둑질 해 발표고 그 이득을 취하려 합니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지식인의 탐욕과 위선을 풍자하는 작가의 수다가 지루하지 않게 이어지고 있는 더운 날의 재미 톡톡 소설이라 조금은 무거운 추기경님을 쉬시게 하고 가볍고 상큼한 매력으로 유혹하는 소설로 매미소리 등에 지고 마을 입구 정자나무 아래서 잠시 쉬어갑니다.

목록





이전글 위생원 채용 공고문
다음글 생활지도원 채용 면접에 따른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