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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8 - 문학산책 ( 삶의 향기- 모깃소리가 모이면 )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12-18 14:13:12
  • 조회수 117


[ 문학산책 ]

 

제목 삶의 향기 ( 모깃소리가 모이면 )

- 곽정식 수필가

 

 

잡아 빨리!” “한 마리는 저쪽으로 갔어.” 초저녁에 모깃소리가 들리면 온 가족이 긴장한다. ‘너 오늘 밤 두고 봐라하는 분노가 치밀어 손으로 낚아채고, 껑충 뛰어서 읽던 책으로 때려잡다, 결국에는 스프레이 모기약까지 살포한다.

물릴 각오를 하고 잘까 하다가 결국은 일어나서 다시 모기와의 전쟁을 벌인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교활한 한 마리는 끝내 잡지 못한다. 피를 너무 빨아 몸이 통통해져 제대로 날지 못하는 모기를 잡은 뒤에는 모기 몸에서 나온 피를 확인하며 저게 내 피였지라고 분해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죽은 모기의 검붉은 피로 얼룩진 책과 벽지만 황망히 바라볼 뿐이다.

요즘에는 모기가 옛날보다 일찍 찾아와 늦게까지 머문다. 이 불청객에게 우리는 일 년의 반을 시달린다. 그래서 여름을 싫어하는 이유로 모기를 꼽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모기는 여름철의 낭만을 산산조각내고, 말라리아나 뇌염으로 인간을 죽이기까지 한다. 모기가 옮긴 병원균으로 죽는 사람이 일 년에 70만 명이 넘으니 모기는 인류 공동의 적이다. 그런데도 모기는 환경적응 능력이 뛰어나 17000만년이란 긴 시간 동안 생명력을 이어왔다. 툰드라 지역처럼 여름이 짧은 곳에 사는 모기는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종족을 번식시킬 수 있도록 입이 흡혈하기 좋은 주사기 구조로 진화하기도 했다.

인간은 모기 퇴치를 위해 모기퇴치용 팔찌, (app)까지 만들었지만 아직은 충분히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래서 침대 위에 모기장을 쳐 모기와 공존을 택하기도 한다. 다른 곤충의 개체 수는 줄어든다고 하는데 모기는 끄떡도 않는다.

인간은 오랜 세월 모기에게 시달리면서도 그들의 습관을 열심히 관찰했다. 해만 지면 나타나는 모기를 보면서 어디로 날아가나눈으로 좇아 가보지만 어느 순간 놓치고 만다. 나중에 보면 모기는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용케도 찾아내 그곳에 조용히 머물고 있다. 벽에 걸어 둔 옷 위에 앉을 때도 어두운 무늬만 골라 앉는다. 또 붓글씨로 쓴 족자의 글() 위에 앉기도 한다. 이처럼 모기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둡고 검은 곳만 찾아다닌다. 이는 천부적 생존본능이다. 그래서 모기를 말하는 ()’자에 글월 문()자가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밉지만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000년 전 실크로드를 따라 아프리카에 가서 사자를 처음 본 중국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자(獅子)라는 단어에 스승 사()자를 넣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사자의 포효를 가리켜서 사자후(獅子吼)’라고 한다. ()자에는 공자(孔子)의 공()자가 들어있다. 이런 대단한 사자도 앉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때는 천적이 나타나서가 아니다. 모기에게 콧잔등을 물릴 때다. 이때 화가 난 사자가 자신의 앞발로 콧잔등을 쳐보지만 모기는 이미 달아난 뒤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한다. 과일을 깎다가 칼에 손이 베이는 작은 사고에서 장시간 입원해야 하는 큰 사고도 당한다. 사고는 크고 작음을 떠나 사람을 우울하게 만든다. 그런데 피치 못할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그 우울증이 심각하지 않지만, 자신의 부주의나 어리석음 때문에 발생하면 그 우울증은 깊어진다. 마찬가지로 리더의 결정에 잘못이 있어도 그것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이었다면 이해할 수도 있어도 어리석음에서 비롯됐다면 그 리더는 외면당하고 만다. 그러니 자신의 콧잔등을 때리는 사자가 되지 않으려면 자신과 주변을 미리미리 살펴봐야 한다. 일찍이 한서(漢書)모깃소리도 모으면 우렛소리가 된다는 뜻의 취문성뢰(聚蚊成雷)’라는 말로 리더가 무겁고 신중하게 처신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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