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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30 - 생각하는 나무 ( 가을나그네 )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10-30 09:51:30
  • 조회수 52



생각하는 나무 ]


 

제목 - 가을나그네

글    -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겨울 나그네의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 나그네31세로 요절한 가곡의 왕슈베르트(1797~1828)가 빌헬름 뮐러의 시 24편에 곡을 붙인 연가곡이다. 오로지 피아노 반주 하나를 벗 삼아 70~80분간 가곡 스물네 곡을 연이어 부르고 연주한다. 그러기에 클래식 음악에서도 가장 고독하고 정적(靜的)인 무대다.

그런데도 노래하는 인문학자라고 하는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59),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57), 베이스 연광철(59) 전 서울대 음대 교수, 테너 김세일(47) 강원대 교수 등이 올해도 잇따라 이 곡을 부른다. 괴르네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독일 가곡 음반을 펴내서 한국에도 친숙하다. 노래만이 아니다. 첼리스트 박유신(34)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이 연가곡을 첼로로 연주한다. 어느덧 200년을 바라보는 이 연가곡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

보스트리지는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역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7세에 전문 성악가로 데뷔한 이력이 독특하다. 데뷔 직후 그가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계기가 된 곡도 겨울 나그네였다. 지금껏 세 차례 음반과 영상으로 남겼고,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주제로 책도 펴냈다. “겨울 나그네는 인류의 공통된 경험을 이루는 위대한 예술 작품임에 틀림없다. 셰익스피어와 단테의 시, 고흐와 피카소의 회화, 브론테 자매와 프루스트의 소설에 비견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스 연광철은 독일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극장) 무대에서 이 연가곡을 처음 부른 20여 년 전 겨울을 떠올렸다. 그는 독일의 매서운 한겨울에 독일 청중 앞에서 독일 가곡을 부른다는 사실에 마음속으로는 떨렸지만, 연가곡에서 방랑을 떠나는 이방인의 심경을 오히려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뒤로도 정명훈·선우예권의 피아노 연주로 이 연가곡을 즐겨 부른다. 그는 연가곡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에 좌절하고 쉽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청춘의 모습이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공감을 자아낸다고 했다.

테너 김세일은 맑고 깨끗한 고음으로 슈만과 슈베르트 등 독일 연가곡을 즐겨 불러서 가곡 전문 성악가로 꼽힌다. 2년 전에도 현대 무용가 안남근의 춤과 함께 겨울 나그네를 부른 적이 있다. 올해는 다시 춤 없이 노래로만 들려준다. 가곡에 천착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연가곡을 부르는 순간만큼은 가사를 쓴 시인과 곡을 쓴 작곡가, 노래하는 가수가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오페라에서는 극중 배역에 감정 이입해야 하는 배우에 가깝다면, 가곡에서는 나만의 감정으로 나만의 노래를 부르는 가객(歌客)’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첼리스트 박유신은 전통적 성악 영역인 연가곡을 첼로로 녹음하고 연주하는 지난(至難)한 과제에 도전 중이다. 2년 전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 이어서 이번엔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가 도전 과제다. 그는 슈베르트는 성악가와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친숙한 작곡가이지만, 상대적으로 첼리스트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연주 기회가 적은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독일 비올리스트 타베아 지메르만이 비올라로 연주한 슈베르트 음반을 듣고서 첼로로 연주할 욕심을 냈다. 그는 흔히 노래하듯이 연주하라고 하는데, 가슴 저릴 만큼 따뜻하고 순수한 슈베르트의 선율을 첼로로 연주하면서 표현력을 넓히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첼로의 욕심쟁이에게도 슈베르트는 좋은 친구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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