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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0 - 생각하는 나무 (에이지즘(ageism))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4 10:47:58
  • 조회수 198

생각하는 나무 에이지즘(ageism) ”

 

고위직 법관을 지낸 선배 한 분이 계셨다. 법정에서 재판장인 그분 모습을 볼 때마다 고개가 저절로 숙어지는 카리스마(charisma)가 있는 분이었다.

부드럽고 관대하지만 그 너머에는 총명과 지혜가 흘러넘쳤다. 소박한 그분은 노년이 되어서도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옷을 입고 다녔다. 어느 날 그분을 만났더니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셨다.

동내 과일 가게 앞에 가서 과일을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랬더니 잠시 뒤 가게 주인이 나보고 아저씨 박스 없으니까 다음에 오세요라고 하는 거야. 처음에는 그게 무슨 소린가 했지.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 가게에서 버려지는 박스를 얻으려고 온 불쌍한 노인으로 생각했던 거야.

 

늙으면 그렇게 초라하게 보일 수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선배는 원래 부잣집 아들로 상당한 재력가 이기도 했다. 그러나 늙으면 누구나 초라하게 보이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나서 점심 먹은 게 체했는지 속이 불편했다. 길가 약국이 보였다. 유리 문에는 최고 명문대학 배지가 코팅되어 있었는데 나는 다른 약사와 달리 일등품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약국 안에는 가운을 입지 않은 약사로 보이는 40대 초반 남자가 혼자 앉아 있었다. 눈길이 부리부리한 게 불만이 가득한 느낌이었다.

활명수 한병 주세요.“ 내가 공손하게 말했다. 늙을수록 젊은 사람들을 대할 때 조심하면서 예의를 차리자는 마음에서였다.

그 약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활명수 한 병을 꺼내 던지듯 앞에 내놓았다.

내가 1000짜리 지폐 한 장을 건네줄 때였다.

안에서는 약 못 먹어요. 나가세요! “

안내나 설명을 하는게 아니라 내쫓듯 하는 태도같이 느껴졌다. 구걸하러 온 거지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약국 유리 문을 밀고 나와 거리에서 활명수를 마셨다. 그런데 당장 그 병을 버릴 때가 없어 다시 약국 문을 들어가 그 남자에게 물었다.

병은 약국 안 쓰레기통에 버려도 될까요? “ ” 그러세요 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속에서 슬며시 불쾌한 기운이 솟아올랐다. 싸구려 약 한 병을 팔더라도 고객에게 그렇게 불친절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늙어서는 젊은 사람이 불손하다고 화를 내거나 항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굼뜨고 둔하고 추해진 늙음을 받아들여야지 항의하는 것 자체가 그 자신이 모자라는 걸 증명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젊은 사람이 불쾌한 태도를 취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그건 그사람의 모자라는 인격이기 때문에 구태여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참고 약국문을 열고 나왔다. 그런데 뭔가 찜찜해서 그냥 떠날 수가 없었어 다시 약국으로 들어가 물었다.

정말 죄송한데요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 뭔대요? ”“ 이 약국에서 약을 샀는데 왜 안에서 약을 먹으면 안 되고 길거리에서 먹어야 합니까? ”

약을 먹으려면 마스크를 내려야 하잖아요? 그러면 병균이 쏟아지잖아요 .. .. ”

그에게 늙은 나는 세균 덩어리로 보이는 것 같았다. 왜 그랬는지 대충 이해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의문이 있었다. 젊고 예쁜 여자가 오거나 비싼 약을 사 가는 젊은 사람들한테도 그렇게 불친절하고 싫은 표정을 지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에이지즘(ageism 노인차별)이라는 말이 있다. 늙은 사람은 더럽고 둔하고 어리석게 느껴 혐오하는 현상이다.

카페나 음식점에 가서 보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주위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나는 젊어 봤다. 그리고 세월의 강을 흘러 늙음의 산언저리에 와 있다. 나는 노인을 혐오하는 일부 젊은이들의 단순하고 짧은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그들의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유교(儒敎) 경로사상(敬老思想)을 감히 바라지는 못하지만 에이지즘(ageism)까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들도 곧 늙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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