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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4 - 생각하는 나무 (국화 없는 가을은 없다)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24-04-23 18:20:06
  • 조회수 58

생각하는 나무 < 국화 없는 가을은 없다. > 황 대권 지음

 

아마도 국화가 없다면 가을도 없다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정말이지 국화가 빠진 이 땅의 가을 풍경은 삭막 그 자체일 거다.

그 옛날 학교 다닐 적에 가을 소풍을 가다 보면 무수하게 마주치는 국화 닮은 꽃들이 있었다. 그 꽃들 이름을 알고파서 밭에서 일하고 나오시는 아저씨를 붙들고 물어보면 그냥 내던지듯이, “ , 들국화여.”

아저씨 이것은 꽃이 보랏빛이고 저것은 꽃이 조그맣고 노란데요?”

들국화랑게 그리여!”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나갈밖에.

나중에 꽃 공부를 하면서 그 아저씨 말이 맞았음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웬 놈의 들국화가 그리 많은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 가을 이맘때 산과 들에 피는 야생국화 종류는 모두 들국화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국화과에 속하는 산쑥. 고들빼기. 도깨비바늘. 따위도 들국화라 부르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국화 비슷한 것들 즉 산국. 감국. 해국. 쑥부쟁이. 개미취. 구절초. 등 이런 것들을 모두 뭉뚱그려 국화라고 부르는 거지. 이 중에서도 고아하고 상큼한 가을의 정취를 가장 멋들어지게 자아내는 것은 구절초가 아닌가 생각한다. 구절초는 꽃도 꽃이지만 약용으로 더 중히 여겨졌던 모양이다. 주로 통경 효과 등의 여성 약으로 쓰였는데 매년 음력 99일에 꺾어다가 약으로 쓴다고 하여 구절초란 이름이 붙었다 한다. 만약 구절초가 이곳에 있다면 틀림없이 이 자리에 모셨을 것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여기엔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사동 바로 앞에서 내려다보이는 2층 건물 옥상 위에 기적처럼 피어난 구절초를 이태 연속 볼 수 있었는데, 왜 옥상 같은 데 청소하다 보면 먼지와 쓰레기를 한데 쓸어 모아 둔 둔덕 같은 게 있잖아? 거기에 어디선가 구절초 씨가 하나 날아와 싹을 틔운 거야. 가을이 되어 환한 연보라빛 꽃을 다발로 피워 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무렵엔 매일 같이 그 옥상을 내려다보며 구절초의 안전을 확인하고 하루 일과를 정리하곤 하였다. 마치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 처럼 삭막한 시멘트 천지에 홀로 피어난 그 꽃이 언제까지고 피어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단다. 그러던 것이 올봄 무슨 정기 감사라나 뭐라난 하면서 대청소할 때에 그만 비명횡사하고 만 것이야. 아침에 밥을 먹고 무심결에 옥상을 내려다보니. 어렵쇼? 구절초 있던 자리가 먼지하나 없이 깨끗한 거야. 하나님 저 잘나빠진 인간들의 결벽증을 어떻게 좀 해 주십시오!

다행이 지금 이 안에는 몇 년 전 사회참관 나갔다가 캐다 심은 산국이 씩씩하게 자라고 있다. 사실 이 산국은 심기는 내가 심었지만 기르기는 우리 이 선생이 기른 것이다.

첫해엔 뭔 꽃인지 잘 몰라서 자라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두었지. 그랬더니 길이로만 마구 뻗더니 2미터가 넘게 자라더라. 처음엔 이 선생이나 나나 이것이 쑥 졸류인 줄 알았다. 그랬는데 가을이 되자 탐스런 국화꽃을 피우는 것을 보고 산국인 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 해부터는 봄부터 촉치기를 해 주었지. 이 선생께서 거의 붙어 있다시피 하면서 촉을 쳐 주고 가지를 잡아 주고 하였더니 관연 올해는 멋들어진 작품이 되었다. 직경 1미터에 달하는 커다란 구형에 산국꽃이 빽빽이 들어박힌 산국의 태양 이 만들어진 거야. 자연 상태로 내버려 두었으면 기럭지로만 자라서 죄다 쓰러졌을 거다.

산국은 우리가 화분에 심어 놓고 보는 노랑국화의 원형이라 볼 수 있다. 이 쬐그만 꽃이 오랜 세월에

걸쳐 형질 변화를 거듭하여 지금 우리가 보는 크고 탐스러운 노랑 국화가 된 것이다.

산국의 크기는 직경 2센티도 되지 않지만 향내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관상용 국화보다 한 열 배는 진할 거다. 이놈을 한 다발 꺾어 콜라병에 담아 방안에 놓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향내에 취해 어질어질하다. 향내가 독해서인지 국화차를 달여도 노랑국화보다.

맛이 훨씬 독하고 쓰다. 역시 사람이 재배한 것 보다 자연산이 더 알짜배기인 모양이다. 사람이 노랑국화에서 원했던 것은 탐스러운 꽃 모양이었지 향내와 맛은 아니었거든 작년엔 미쳐 다른 야생차를 갈무리해 두질 못해 겨울 내내 국화차만을 달여 마셨지만. 올해는 봄부터

제법 부산을 떤 덕분에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차를 골라서 달여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내 방 안은 그렇지 않아도 책더미 때문에 비좁은데 갖가지 풀 말려 둔 것들로 인해 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국화차는 참말로 몸에 좋다. 내가 지난 겨울 감기 한 번 앓지 않고 건강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도 다 국화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옛날에 중국의 팽조라는 사람은 국화차를

먹고 1700세를 살았는데 얼굴빛은 17~18세와 같았다고 한다.

이런 신선 얘기가 아니더라도 본초강목<本草綱目>에 의하면 국화를 오래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고 한다. 또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돋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감기. 두통. 현기증에 유효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때? 너도 이 가을이 가지 전에 바람도 쐴 겸 아차산 자락에라도 놀러가서 산국이나 감국을 잔뜩 따다가 그늘에다 말려서는 겨울 내내 차나 달여 먹지 않겠니?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하면 더욱 좋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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