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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커피인문학)-2018.11.20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12-14 17:49:04
  • 조회수 1886

생각하는 나무 커피인문학 박 영순 글

 

태초에 커피나무가 있었다.

인류는 커피를 정말 사랑한다. 세상에서 원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은 원자재라는 말이 커피의 위세를 실감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커피를 물처럼 많이 마시는 음료수다.

성인 1인당 1년에 마시는 커피의 양이 아메리카노 1잔을 기준으로 2012288잔에서 매년 평균 7%씩 증가해 2016년에는 377잔에 달했다. 매일 한잔 이상을, 어떤 사람들은 물보다 자주 찾는 커피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커피가 주는 행복은 맛과 향뿐만이 아니다. 커피는 그 뛰어난 향미만큼이나 풍성한 이야기를 피워내는 묘한 마력을 지녔다.

 

커피는 누가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이를 두고 에티오피아와 예멘은 오래도록 경쟁을 벌렸다, 아프리카냐(에티오피아) 아리비아반도냐(예멘) 그리스도국가(에티오피아)냐 이슬람국가(예멘)냐의 자존심이 걸린 논쟁이기도 했다. 공방 끝에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유래했지만, 최초로 재배한 곳은 예멘이라는 절충이 나왔다.

염소지기 칼디(Kal)의 전설

아주 먼 옛날 에티오피아의 계곡에 칼디라는 목동이 살았다. 염소를 계곡에 풀어 놓았는데 어느 날 늙은 염소가 힘이 솟구치는 듯 활발히 움직이며 젊은 염소들은 제압하는 게 아닌가, 가만히 살펴보니 빨간 열매가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늙은 염소는 빨간 열매를 먹으면 기운차게 움직였다. 칼디의 전설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우리네 구전동화와 같은 이야기인데 커피의 기원을 설명하는 정설처럼 굳어졌다. ‘ 칼디 라는 이름을 내건 카페나 원두 상표를 세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칼디에 대해 말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기록으로 전해지면서 역사적 사실처럼 커피 애호가들을 매료 시켰다. 비록 칼디가 우리를 관능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커피의 향미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칼디의 존재 덕분에 커피마시는 자리의 이야깃거리는 더욱 풍성해 진다. ‘ 이야기의 힘 The power of the story '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칼디가 이슬람 수도승에게 커피를 전했다는 역사적 착각, 마호메트Mahomet가 이슬람교를 창시한 것이 610년이니, 7세기 초 이전에는 이슬람 수도승이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어쨌든 아랍의 적지 않은 역사학자가 자신들의 논문이나 저서에 칼디를 예멘의 목동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계인을 열광시키는 커피가 자랑스러운 이슬람의 문화라는 논리를 완성하려면 커피의 기원 역시 이슬람국가 어느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세월이 드러내 주는 법이다. DNA 분석을 통해 커피나무의 기원이 아랍인들이 주장하듯 인류사에서 커피를 처음 경작한 자신들의 땅 예멘이 아니라 에티오피아 고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힘을 잃고 말았다.

 

에티오피아는 약 3000년 전 이스라엘의 솔로몬 왕과 시바의 여왕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메넬리크Menelik 가 초대황제가 되었다는 건국신화를 가진 그리스도 국가다.

지금도 크리스마스에 염소를 잡아 가족과 함께 나누며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

 

커피의 기원에 대한 인류의 첫 기록은 이탈리아 로마대학 언어학 교수인 안토니 파우스투 나이론Antoine Faustus Nairon1671년에 쓴 < 잠들지 않는 수도원 >이다.

이 책에 이슬람 수도승이 칼디가 준 열매의 쓰임새를 몰라 불에 던졌는데 기분 좋은 향이나자 볶아진 열매를 갈아 따뜻한 물에 타서 먹었다. 라고 적혀 있다.

 

커피 그 자체에 대한 기록은 기원 후 900년쯤 페르시아 의사 라제스Rhazes가 남겼다. 그는 커피를 분첩Bunchum이라고 적었는데 따뜻하면서도 독한 그러나 위장에 유익한 음료라고 표현했다.

 

에티오피아에 소를 키우며 사는 오로모Oromo족이 있었다.

오로모란 뜻은 힘이 있는자 를 의미하는데 에티오피아 인구의 35%가량을 차지하는 최다 민족이다. 유목민인 이들은 자주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지니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것을 잘 만들었다. 그러던 중 체리처럼 빨간 열매를 씹으면 힘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열매를 통째로 먹다가 그것의 에너지가 씨앗에 농축되어 있음을 깨닫고 오랜 세월을 거쳐 열매를 동물성 기름과 섞어 볶아 당구공 처럼 뭉쳐갖고 다니며 힘을 써야 할 때 꺼내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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