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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2)-2018.06.26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7-03 15:44:21
  • 조회수 2550

생각하는 나무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김 수환 글

 

본문은 가난한 이들과 살고 싶은데 추기경님의 마음을 열어 보이는 글입니다. 아니 인간 김 수환을 통해 우리의 내면을 드러내는 글입니다. 나 역시 가식과 위선으로 신앙을 포장 했으면서도 아주 뻔뻔하게 부끄럼을 느끼면서도. 본문을 읽으며 나는 ? 이렇게 까지는 아니기를 바라며 창가로 달려가 하늘을 보며 스스로에 조소 보냈습니다.

 

18년 전인가, 메리놀 외방선교회 소속 신부님으로 51년 간 이 땅에서 일하다가 善終(선종)한 기후고 신부님을 병문안했을 때였습니다. 신부님을 간호해 드리고 있었던 한 자매님이 옷장에서 신부님이 평소에 입고 있던 메리야스 내복 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도저히 입을 수 없을 만큼 낡은 것이었습니다. 구멍이 여러 군데 나 있었고 신부님이 직접 했는지 엉성하게 꿰맨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옷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복음적 청빈이 살아 있는 표본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알 수는 없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의 어느 성직자도 그런 낡은 속 옷을 입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부님에게는 그것이 몸에 배인 가난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신부님이 돌아가신 후 남긴 재산이라고는 구멍나 꿰맨 양말과 헌 속옷 뿐 이었습니다.

 

나는 서울 교구장으로 있으면서 가끔 나의 신앙 스타일이 과연 복음적인가 결론은 복음적인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것에서 아주 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자주 복음적 청빈을 설교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나 자신은 그것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스스로 바리새인임을 가끔 느낍니다.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평범한 신부 때 굉장히 강하게 가진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카토릭 신문의 전신인 카토릭시보 사장 신부로 있으면서 대구 희망원이란 곳에서 살고 싶은 열망을 아주 강하게 가진 적이 있습니다. 그곳은 온갖 종류의 인생의 마지막에 속하는 사람들, 즉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행려자. 폐병말기 환자. 맹인 등의 사람들을 대구시에서 모아 놓은 곳입니다. 이름은 희망원이었지만 그곳에 가보면 절망원입니다.

그런데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나 자신 안에 용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성탄의 의미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낮추어 사람이 되어 오시기까지 하였는데 나는 나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고 그냥 마음만 때때로 가지고 오락가락한 것입니다.

몇 년 전, 평화시장에 있는 준 본당을 사목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천개천과 동대문운동장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 장사하는 신자들이 나를 시장 안으로 인도하여 이리저리 어지럽게 안내하는 것이었습니다. 반 시간 남짓 끌고 다니는데 내 나이에 정신이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좁은 공간에서 먹고살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분들 그 안에서 사목하는 신부님의 고초도 짐작 되었습니다. 공기는 탁하고 건강은 어떠할지 염려되고 화재의 위험도 아주 염려되었습니다. 내가 그 신부님이 살고 있는 방에서 생각한 것 중 하나는 여기서 살아야 한다면 한 달 안에 병이나서 죽을 것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나는 예수그리스도를 본받는다. 해도 말뿐이고 예수님 처럼 자신을 비우고 낮추어 가난한 이들과 갖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그만큼 내게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랑도 없고 모든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도 인내도 없으며 겸손도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나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위선자에 불과 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여러분 어떤 마음이 드세요. 그리스도 안에서 믿음으로 살기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가볍게 그리고 편하게 이해하고 살아 온 모습을 보게 되는군요. 나의 작은 손실이 이웃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손익계산 없이 양보하거나 베푸신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래도 우리는 축복을 받았네요. 주님을 닮은 어린 형제들과 또는 신체적 자유를 상실하신 분들과 더불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참 많이 축복 된 삶이 아니겠어요.

 

추기경님이 우리 양심의 세속적 가식화 된 옷을 모두 벗겨주셨네요 사랑은 아픔을 함께 할 때 열매가 맺힌다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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