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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1)-2018.06.19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7-03 15:43:36
  • 조회수 2241

생각하는 나무 <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 > 김 수환 글

 

나는 가끔 평화를 위해 일 했는가를 생각해 봅니다. 되돌아보면, 별로 한 것이 없습니다. 평화를 위해서 일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랑의 일은 평화를 위한 것입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의 평화를 위한 기도에 보듯이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어둠이 있는 곳에 빛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는 모든 평화의 일이요, 곧 사랑의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굶주리고 헐벗고 병들고 고독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들의 존재를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같은 하늘아래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고, 우리와 같은 핏줄을 나눈 사람들인데도 그 존재를 평소에는 의식조차 않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들의 불행, 고통에 아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성서를 보면, 그리스도는 그들과 일체화되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나는 사제입니다. 사제 중에서도 지위로 보아서 가장 그리스도적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같은 마음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마음쯤은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은 웬일일까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서울대교구장으로 있을 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의 위치가 너무나 이 사람들과 멀다. 혹시 의무감이나 체면상 또는 우연한 기회나 공식 스케줄에 의해서 이런 사람들을 대하는 때가 간혹 있어도 결국은 너무 멀다고 말입니다. 물론 내가 좀 더 노력하면 이 거리를 좁힐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교또는 추기경하면 한 단체의 장이요 불가피하다 할지라도 이것은 제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고달픔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주 기초적인 의식주 해결을 하기위한 고통. 자녀들을 기르고 교육시키는 데서 오는 부모님들의 고통을 모릅니다. 이것도 제도에서 오는 문제. 즉 독신생활을 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의 생활고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해 본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역시 가장 큰이유는 복음적 가난과 사랑의 결핍이었을 것입니다. 同病相憐(동병상련) 이란 말도 있드시 가난한 사람만이 가난한 사람의 처지를 압니다. 나는 아무리 따져보아도 가난하지 않습니다.

가난하지 않으니까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모릅니다. 그들의 아픔을 모릅니다. 사람은 남의 아픔을 볼 때 그리고 뼈저리게 그 아픔을 함께 느낄 수 있어야만 비로소 그 사람을 참으로 사랑할 줄 안다고 생각합니다. 고인이 된 마더 테레사 수녀는 참된 사랑은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고 하였습니다. 아픔이 없으면 고통 받는 사람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는 것입니다.

가난해야 한다는 또 하나의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들의 연민이나 값싼 동정, 자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같은 인간으로 인정 받고 사랑 받는 것입니다. 이런 나의 반성은 우리 교회도 같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우리들 특히 성직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모르고 그들의 고통에 대하여 아픔을 느끼지 못합니다. 아픔이 없으니 사랑도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들의 존재와 고통을 머리로는 인식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받아드릴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간사하고 변덕스럽고 약합니다. 진정으로 한 인간을 어떤 처지에서도 사랑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언젠가 미사 중에 옆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 적이 있었습니다. 방귀 냄새인지 몸에서 나는 것인지 아주 견디기 힘든 냄새였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냄새를 풍기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지만 내가 이 사람과 만일 한 방을 쓰고 함께 살아야 한다고 하면 견디어 낼 수 있을까? ‘ 없다 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나라는 사람은 냄새 하나도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

그만큼 인간에 대한 나의 사랑이란 보잘것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더욱이 나 자신이 냄새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리라고 무엇으로 장담할 수 있는가?

 

나도 지금보다 더 늙어 볼품없이 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또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람의 마음은 약하고 노여움을 타기 쉽습니다. 이런 심리가 이미 내안에 시작되었다는 것을 가끔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직은 추기경님 추기경님하며 거부보다는 사랑과 존경을 더 받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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