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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진솔한 이야기)-2018.06.12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7-03 15:42:53
  • 조회수 2220

생각하는 나무 진솔한 이야기 김 수환 글

 

오늘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려는 글은 김 수환 추기경의 참 인간으로서의 내면을 드려다 보는 것입니다. 진솔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原題(원제)는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김 수환의 냄새에 함께 취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나보고 인중이 길어서 오래 살 것이라고 합니다만. 일흔 일곱이고, 보니 해걸음에 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루에 비기면 석양입니다. 나는 석양을 좋아합니다. 그 자체가 아름다워서 좋고 무언지 모르게 내 마음을 가득히 먼 무엇인가로 향하게 하는 데서 석양은 마음의 고향처럼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이제 나의 생각은 그렇게 고향 길 가까이 와 있습니다. 걸어온 과거를 돌이켜 보면 사람들은 아마도 내게는 자랑할 것이 많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뉘우치고 통회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주교로 살아온 33년뿐 아니라 성직생활 48년을 돌이켜 볼 때 후회되는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렇다고 다시 물릴 수도 없는 일입니다. 나는 사도 베드로가 주님을 세 번씩이나 배반하고 나서 수난하시는 주님과 눈이 마주쳤을 때, “ 시몬아, 너는 나를 죽기까지 따르겠다고 장담하지만 너는 오늘 새벽닭이 울기 전에 나를 세 번씩이나 배반하리라라고 하신 말씀이 떠오르면서 주님을 배반한 것이 너무 후회스러워 통절하게 울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나도 주님을 거스려 지은 죄를 참으로 그렇게 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으랴, 라고 생각해 본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성령쇄신 기도회에서는 다른 恩賜(은사)보다도 눈물의 은사 를 주십사 하고 기도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은사를 조금 받은 것 같지만 아직 내 마음은 돌처럼 굳어 있습니다.

 

언젠가 어느 신부님이 강론에서 사도 바오로가 교회를 위해서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고 일치를 위해 투쟁한 것 사람들의 회개를 위해 눈물을 흘린 것 주님을 위해 박해를 받고 온갖 고통을 참아 받은 것 순교자 정신으로 산 것 등을 말씀하였을 때. 나는 나 자신이 너무나 부족하였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나는 이미 피를 부어서 희생 재물이 될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떠날 때가 왔습니다. 나는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이제는 정의의 월계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디모데후서 47)라는 말씀을 들었을 때 나는 도저히 같은 말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저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사오나, 우리 교회를 위해 또 우리 나라를 위해 통일을 위해 희생의 제물이 될 수만 있다면 즉 제가 희생 되어서 통일이 되고 우리 겨레가 주님의 구원의 은총을 입고 우리 교회가 복음화 된다면 저를 바칠 마음의 뜻은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런 고통을 당하면 마음이 흔들릴지 모르오니 제가 끝까지 항구하도록 주님이 잡아 주십시오.

부끄럽지만 나는 인생과 사제 생활을 통하여 補贖(보속)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사도 바오로가 어떤 의미로 당신 자신을 나는 죄인들 중의 죄인이다 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이 말씀은 나에게는 그대로 맞는 말입니다.

10여 년 전, 강남 성모병원에 입원하고 계셨던 고 장병화 주교님에게 문병 갔을 때였습니다. 말씀을 못하시는 상태였으나 문병을 드리는 나에게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내 병은 너무 중하여 이제 나는 세상을 더 살 수 없고 죽어 천당에 가야해 라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내게는 하늘을 가리키며 이젠 천국에 갈 것이라고 하시는 그 모습이 참으로 인상 적이었습니다. 동시에 내가 만일 이렇게 중병을 앓고 죽음을 맞이하였을 때 주교님처럼 죽음을 순순히 받아드리고 하늘을 가리키며 천국을 바라볼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솔직히 그럴 자신이 없습니다.

죽음을 받아드리며 천국을 가리킬 수 있는 것은 오직 하나님의 뜻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 맡기고 사라온 사람, 사도 바울처럼 훌륭하게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다고 자부하면서 정의의 월계관을 기다리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하나님을 대행한다는 교황 그 교황을 대행하는 추기경이 에덴동산의 모습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글입니다. 자신의 마음에 약점 나약함 교직의 권위를 훌훌 벗어버리고 지으심 받은 대내로의 부끄럼 없이 각자의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믿음의 신앙인들에게 보여주는 솔직한 모습입니다.

추기경은 강합니다. 추기경은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의 권위를 가지고 계신 인간입니다. 약해도 슬퍼해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도 안 됩니다. 그런데 그는 풀잎 한 장 가리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솔직하고 진솔한 글로 우리 곁에 다가와서 묻습니다.

 

당신은 참된 믿음이 무언지 아느냐고 ?

참된 인간의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고 ?

옆 사람을 보고 나는 진솔하게 살고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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