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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시몬과 마트료나는~~)-2018.04.10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5-21 13:59:28
  • 조회수 2252

생각하는 나무

 

시몬과 마트료나는 자신들이 그동안 입혀주고 먹여주고 재워 준 사람의 정채를 알고는 두려움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미하일은 계속해서 말했다.

저는 벌거벗은 채 혼자 들판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인간의 가난도 추위도 배고픔도 알지 못했는데 그런 제가 어는 날 갑자기 인간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배가 고프고 몸이 얼어붙기 시작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들판에 하나님을 섬기는 교회가 있는 것을 보고 그곳을 찾아 갔지만 문이 잠겨 있어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람이라도 피하려고 교회 벽에 기대어 있었지요.

날이 저물자 점점 더 배가 고파 왔고 몸은 꽁꽁 얼어붙어 저는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손에 신발을 든 한 남자가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지상에 떨어진 후에 본 최초의 사람이었기에 그 얼굴이 몹시 무서워서 얼굴을 돌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남자는 이토록 추운 겨울에 무엇을 입고 견딜지 아내와 아이들은 어떻게 먹여 살려야 할지 끊임없이 혼잣말을 하더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자신과 아내가 입을 모피 외투나 가족들에게 먹일 빵이 없어 걱정하고 있군, 이 사람이 배고픔과 추위로 죽어가고 있는 나를 도와줄 리 없어.

그는 저를 보더니 이맛살을 잔득 찌푸리고는 더욱 무서운 표정이 되어 제 곁을 지나갔습니다. 물론 전 실망했지요, 그런데 잠시 후 그 사람이 되돌아오더군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는데 아까와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 져있던 그 사람의 얼굴에 금새 생기가 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그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지요. 그 사람은 제게 다가 오더니 저한테 옷을 입히고는 집으로 데려 갔습니다.

제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 여자가 우리 둘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 여자는 남자보다 더 무시무시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의 입에서 죽음을 부르는 독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아 저는 숨소리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저를 추운 거리로 내 쫒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만약 그대로 저를 내쫒았다면 그녀는 죽고 말았을 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하나님 얘기를 꺼내자 그녀는 금새 사람이 너그러워 지더니 저녁을 준비해 주더군요. 제가 다시 그녀를 봤을 때 그녀의 얼굴에도 활력이 넘쳐흘렀습니다.

전 그 얼굴에서 하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요.

그때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라고 말씀하신 하나님의 첫 번째 진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제게 하신 약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기뻤기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아직 모르는 것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두 가지 말입니다.

제가 그 집에 산지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사람이 찾아와 일 년을 신어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뜯어지지 않는 장화를 주문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사람 뒤에 제 친구인 죽음의 천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천사였던 저 외에는 아무도 그 죽음의 천사를 볼 수 없었지요. 저는 그 천사가 날이 저물기 전에 그 신사의 영혼을 데려가리라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죠.

이 사람은 일 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이 오늘 저녁까지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은 모르는구나.

그제야 비로소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라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람 마음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이제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능력이 주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로 웃었습니다. 친구 천사를 만난 것과 하나님께서 두 번째 진리를 깨우쳐 주신 것이 기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그 집에서 신세를 지면서 하나님께서 마지막 진리를 깨닫게 해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덧 여기 온지 육 년이 흘렀고 오늘 한 부인이 쌍둥이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그 집을 찾아 왔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영혼을 거둔 여인의 아이들이었죠. 그리고 그 아이들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여인이 살려달라고 내게 애원을 했을 때 나는 그녀의 말처럼 부모가 없으면 아이들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그처럼 다른 여인이 직접 젖을 물려 두 아이 모두 다 건강하게 자라지 않았는가!

그 부인이 자신의 배로 낳지도 않은 남의 아이들을 가엽게 여기며 눈물을 흘렸을 때 저는 그녀에게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저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마지막 진리를 깨우쳐 주시고 저를 용서해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번째로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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