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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작)-2018.03.20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3-29 16:25:43
  • 조회수 2555

생각하는 나무 톨스토이  작

 

부인과 아이들이 떠난 뒤 미하일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일어나 앞치마를 벗더니 시몬 부부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시몬 아저씨 그리고 마트료나 아주머니 이제 하나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셨습니다. 그러니 두 분도 부디 저를 용서해 주세요.’

부부는 그제야 미하일의 몸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몬도 일어나서 미하일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미하일 자네가 보통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자네를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것도 자네에게 일일이 캐물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네. 다만 하나만 대답해 주게. 내가 자네를 발견해서 집에 데려왔을 때 자네는 몹시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가 집사람이 저녁을 차려 주었을 때는 빙스레 웃으며 밝은 표정을 지었지 또 어떤 신사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번째로 웃으며 기분이 더욱 좋아보였어 그리고 아까 그 여자아이들이 왔을 때 세 번째로 웃었으며 자네의 온 몸이 빛날 만큼 환해졌다네. 미하일 말해보게 왜 그런 빛이 자네 몸에서 나오는지. 왜 자네는 세 번 웃었는지. 말일세.’

그러자 미하일이 말을 시작했다.

제 몸에서 빛이 나는 이유는 이제 하나님께서 저를 용서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또 제가 세 번 웃었던 것은 하나님의 세 가지 진리를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 진리는 아주머니가 저를 불쌍히 여기셨을 때 알게 되었고 두 번째 진리는 부잣집 신사가 장화를 주문했을 때 알았으며 조금 전의 두 여자아이를 보고 마지막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세 번 미소를 지었던 것입니다.

시몬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미하일. 자네는 무슨 죄를 지어 하나님의 벌을 받았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 세 가지 진리는 무엇이었는지 내게 말해 줄 수 있겠나?

그러자 미하일이 대답했다.

저는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한 죄로 벌을 받았습니다. 저는 하늘의 천사였는데 하나님의 명을 어겼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천사였던 제게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지시하셨지요. 그래서 이승으로 내려와 보니 그 여인은 병을 앓고 있었고 막 낳은 쌍둥이 딸까지 있었습니다.

두 아기는 어머니 품에 안겨 있었지만 어머니는 그 아이들에게 젖을 먹일 힘조차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저와 눈이 마주친 그 여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혼을 불러드리려 하시는 것을 눈치채고는 흐느껴 울면서 간절하게 애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천사님 제 남편은 바로 며칠 전에 숲속에서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겐 이 아이들을 길러 줄 가족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영혼을 거두지 마시고 이 아이들이 클 때까지 제가 키울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아이들은 부모 없이는 절대로 살 수가 없습니다. ...

저는 그 여인의 말을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런 뒤에 한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젖을 물려주고 다른 아이는 그녀의 팔에 안겨 준 다음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하나님! 저는 아이를 갓 낳은 어머니의 영혼을 빼앗아 올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은 나무에 깔려 죽었고 그녀 자신은 이제 막 쌍둥이를 낳았으니 제발 자신의 영혼을 거두어 가지 말라고 애원하더군요, 아이들이 다 자라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신이 아이들을 보살피게 해 달라고 아이들은 부모 없이는 살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도저히 그 여인의 영혼을 데려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다시 가서 그 여인의 영혼을 빼앗아오너라 그러면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가지 질문에 대한 진리를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을 깨달은 후에 다시 하늘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세상으로 내려와 그 여인의 영혼을 거두어 들였고 간난 아이들은 어머니의 품에서 떨어졌습니다. 그 때 여인의 시신이 한 아이의 다리를 짓누르고 말았지요. 저는 여인에게서 빼앗은 영혼을 하나님께 바치려고 마을 위를 날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이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제 날개를 부러뜨렸고. 저는 세상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여인의 영혼만 하나님께 올라가고 저는 땅으로 떨어져 길가에 쓰러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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