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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2.06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2-07 14:03:08
  • 조회수 2826

생각하는 나무 톨스토이

 

이 말을 들은 마트료나는 다시 한 번 낮선 젊은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마트료나는 자신의 마음이 차츰 누그러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발길을 돌려 화덕있는 구석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 컵을 놓고 보리로 만든 음료를 가득 따랐다. 그러고는 마지막 남은 빵을 내놓은 뒤 나이프와 스푼을 건네며 그들에게 말했다.

어서 들러요.’

시몬도 젊은이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이리 가까이 앉게 젊은이

시몬은 커다란 빵을 작게 잘라 먹기 시작했다. 마트료나는 식탁 구석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낮선 젊은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곧 그가 가엽다는 색각이 들었고 연민까지 느껴졌다.

그 순간 젊은이가 갑자기 기쁜 표정을 지으며 찡그렸던 얼굴을 펴더니 마트료라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식사가 끝나자 마트료나는 식탁을 치우고 젊은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왔어요? ’

저는 이곳에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

그럼 왜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지요? ’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

누가 당신 옷을 벗겨 갔나요? ’

저는 하나님께 벌을 받았습니다. ’

그래서 벌거벗은 몸으로 누워 있었단 말이에요? ’

네 벌거벗은 몸으로 쓰러진 채 얼어 죽기 직전이었지요. 그런 저를 시몬 씨가 가엽게 여겨 입고 있던 외투를 저한테 입혀 주시고 집으로 데려 온 겁니다. 또 여기에 와서는 아주머니께서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먹고 마실 것을 주셨어요. 두 분께는 틀림없이 하나님의 은총이 있을 겁니다.’

마트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기워 둔 시몬의 낡은 셔츠를 가져다가 젊은이에게 주고 바지도 찾아 건넸다.

. 셔츠도 안 입은 모양인데 이걸 입고 아무데나 편한 자리에서 자도록 해요 침대 위든 화덕 옆 이든지요.’

젊은이는 외투를 벗고 셔츠를 입은 뒤 침대에 누었다.

마트료나는 불을 끈 뒤 외투를 가지고 남편 곁으로 갔다. 외투 자락을 덮고 누었지만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다. 낮선 젊은 이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젊은이가 마지막 남은 빵을 다 먹어 버려 내일 먹을 빵이 없다는 것과 셔츠와 바지를 줘 버린 일을 생각하면 물론 아깝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젊은이가 빙긋 웃던 모습을 떠올리니 어쩐지 마음이 평온해 졌다.

마트료나는 한 참이나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시몬이 뒤척이는 소리를 듣고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시몬. ’

?’

남은 빵을 다 먹어 버렸는데 내일은 어떻게 하죠? 옆집 마라냐한테 좀 빌려 올까요?’

그렇게 하구려, 산 입에 거미줄이야 치겠소, 어떻게든 되겠지.’

마트료나는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저 젊은 이는 나쁜 사람 같지는 않던데, 왜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걸 까요?’

아마 말 못할 사정이 있겠지.’

시몬

? ’

우리는 이렇게 남을 도우려고 하는데 왜 남들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걸까요?’

시몬은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뭘 자꾸 그런 생각을 하는 거요.’라고만 대답하고는 돌아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어 시몬은 잠에서 깨어났다. 아이들은 아직도 꿈나라 속에 있었고 아내는 벌써 옆집에 빵을 빌리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에 데려온 젊은이는 낡은 셔츠와 바지를 입은 채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제보다는 표정이 한결 밝아 보였다.

이봐, 젊은이, 배 속에선 먹을 것을 워하고 몸에는 걸칠 것이 있어야 하니 뭐든 돈벌이를 해야지 않겠나, 자넨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저는 할 줄 아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몬은 깜짝 놀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도 하려는 마음만 먹으면 되는 거야, 사람은 뭐든지 배울 수 있다네,’

네 사람들 모두가 일하니 저도 일하겠습니다.’

좋아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뭔가?’

미하일이라고 합니다.’

그래, 미하일, 자네는 자신의 이야기는 하고 싶어 하지 않으니 묻지는 않겠네, 굳이 들어야할 이유도 없고 말이야, 하지만 사람이라면 반드시 일하면서 살아야 하네, 만약 내 일을 돕겠다면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좋아, 어떤가?’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 , 고맙습니다. 무슨 일이든 가르쳐 주시면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

시몬은 실을 접어 들고 손가락에 감아 매듭을 지었다.

일은 별로 어렵지 않네, 잘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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