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들의 보금자리 명진들꽃사랑마을

명진소식

  • HOME
  • 우리들의 이야기
  • 명진소식
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1.30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8-01-30 11:27:46
  • 조회수 2667

생각하는 나무 톨스토이

 

이런 역시나 마시고 왔군

마트료나는 남편에게 단번에 술기운을 느꼈다. 남편은 외투도 입지 않고 겉옷만 걸친 채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말없이 풀죽어 있는 그의 모습을 본 마트료나는 속이 상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습니다. ‘ 그 돈으로 몽땅 마셔 버렸군, 얼굴도 모르는 거지랑 퍼마신 것도 모자라 집까지 끌고 오다니 ! 마트료나는 일단 두 사람을 안으로 들어오게 하다가 생판모르는 젊은 사내가 부부의 하나 뿐인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외투 안에 셔츠도 입지 않았고 모자도 쓰고 있지 않았다.

 

집안에 들어선 젊은이는 제자리에 가만히 선채 움직이지도 않고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마트료나는 그가 분명 무슨 잘못을 저질러 겁먹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린 채 화덕 쪽으로 떨어져 서서 두 사람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시몬이 모자를 벗고 태연스레 걸상에 앉으며 말했다.

여보 마트료나. 어서 저녁 차려 줘야지.’

 

그러나 마트료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화덕 옆에 우뚝 서있을 뿐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기만 했다. 시몬은 마트료나가 화가 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젊은이의 손을 잡고 안내했다.

자 어서 앉아요. 저녁을 들어야지.’ 젊은이는 의자에 앉았다. ‘ 식사는 아무것도 마련해 두지 않았소?’

그러나 마트료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소리쳤다.

만들긴 했지만 당신이 먹을 건 없어요! 당신은 염치도 없는 사람이에요, 모피를 사러 간다던 사람이 모피는커녕 술이나 퍼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웬 벌거숭이까지 데리고 오다니! 당신들 같은 주정뱅이 한테 줄 저녁은 없어요!’

마트료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 먼저 이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물어보는 것이 순서 아니오?’

그러자 마트료나는 발끈했다. ‘ 돈은 어디에 썼는지 말해 봐요!’

시몬은 외투 주머니를 뒤져 지폐를 꺼내 펼쳐 보였다.

돈은 여기 그대로 있소, 그리고 트리포노프에게는 돈을 받지 못했고, 오늘은 돈이 없으니 내일 꼭 주겠다고 그럽디다. 마트료나는 기가 막혔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모피도 사오지 않았으면서 하나밖에 없는 외투마저 생판모르는 벌거숭이에게 입혀 집까지 데려오다니, 마트료나는 시몬의 식탁위에 올려 둔 지폐를 잡아채며 말했다.

저녁은 없어요. 어느 누가 벌거숭이와 주정뱅이에게 밥을 먹여 주겠어요? ’

여보 말 좀 조심해요 먼저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 .... ’

당신 같은 주정뱅이한테서 무슨 말을 들어요? 나는 처음부터 당신 같은 주정뱅이 한테 시집오고 싶지 않았어요, 어머니가 주신 옷감도 당신이 술값으로 몽땅 날려 버렸죠, 그것도 모자라 이번엔 모피사러 간다더니 그 돈을 전부 술 마시는 데 쓰고 .... ....

시몬은 아내에게 술값은 고작 20코페이카 뿐이었으며 어디에서 이 사람을 만났고 어떻게 데리고 오게 되었는지 설명하려고 했지만 마트료나는 그에게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마트료나는 쉴 새 없이 엄청난 잔소리를 쏟아 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십년 전의 일까지 들춰내기 시작 했다.

한참동안 이 말 저 마을 퍼붓던 그녀는 시몬에게 달려들어 그가 입고 있던 재킷의 옷소매를 붙들고 늘어졌다.

내 옷 이리 줘요! 한 벌밖에 없는 내 옷을 뺏어 입고서 염치도 없지 어서 이리 내요, 이 못난 인간 같으니!’

시몬이 아내의 무명 재킷을 막 벗으려는 찰나, 마트료나가 한쪽 소매를 힘껏 잡아당기는 바람에 재킷의 솔기가 우두둑 뜯겨 나가고 말았다. 마트료나는 소매가 뜯긴 재킷을 빼앗아 뒤집어쓰고는 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문을 벌컥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속이 무척 상하기는 했지만 이 낮선 젊은이가 누군지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마트료나는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

만약 저 젊은이가 좋은 사람이라면 저런 꼴일 리가 없잖아요, 이 사람은 셔츠도 입고 있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좋은 일을 한 것이라면 어디서 이 젊은이를 어떻게 데리고 왔는지 내게 왜 말을 못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아까부터 계속 설명하려 하지 않았소, 교회 옆에 이 사람이 앉아 있었는데 완전히 얼어붙어 있더군, 여름도 아닌데 벌거벗은 몸으로 말이오. 하나님이 나를 이 사람에게 보내신 게 틀림없소.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은 죽고 말았을 테니. 그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소?, 사람이 살다보면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게 당연하잖소. 그래서 우리 옷을 입혀서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거요. ....... ......

마트료나 당신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사람의 상황을 좀 생각해 봐요. 이 젊은이는 하마터면 죽을 뻔 했다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 법이지만 날이오.‘

마트료나는 다시 욕을 퍼 부으려다, 낮선 젊은이를 쳐다보고 입을 다물었다. 왠지 모를 평온한 기운이 마트료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젊은이는 의자 끝에 죽은 듯이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답답한 듯 줄곧 눈을 감고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마트료나가 잠시 침묵을 지키자 시몬이 말을 이었다.

마트료나, 당신 마음엔 하나님도 없소? ’

목록





이전글 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1.23
다음글 생각하는 나무(톨스토이 지음)-2018.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