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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사랑은 어려운 말로 시작 되지 않는다)-2017.08.08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7-08-08 16:50:55
  • 조회수 2959

생각하는 나무 사랑은 어려운 말로 시작 되지 않는다. ” 정 연주 지음

 

아직은 바람이 차갑던 314일의 저녁. 길 위에 사탕 바구니가 가득했다. 남자는 그 길을 걸으며 한 여자를 생각했다. 그에게 언제나 친절했던 여자. 그녀 때문에 그의 마음이 들뜨는 날도 있었지만 여자는 남자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상냥한 사람이었으니 어쩌면 그것은 몸에 밴 친절일 뿐일지도 몰랐다. 친절을 믿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한 달 전인 214. 여자가 그에게 초콜릿을 건넸다. 남자는 자꾸 웃음이 나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무실에 있는 모든 남자 직원이 그 여자에게 초콜릿을 받았다.

남자는 혼자 질문했다. 그녀에게 나는 어떤 존재일까.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면 눈이 마주칠 때가 많았다. 때마다 여자는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남자에겐 그걸로 충분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답을 알 수 없었다.

 

한참을 혼자 생각에 빠져 걷던 남자는 스산한 기분에 어깨를 움츠리다가 사무실에 머플러를 두고 왔음을 알았다. 되돌아가보니 여자가 혼자 일하고 있었다. 머플러를 챙겨들고 나오는데 그녀가 물었다. “ 저녁은 먹었나요? ” 둘은 자연스럽게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화이트데이네요 라고 하더니 여자가 말했다.

어느 책에서 본 건데 사랑은 고백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래요. 밥 먹었어요. 나랑 차 마실래요. 이런 간단한 말로 시작하는 거래요

 

그제야 남자는 답을 찾았다. 그는 식당을 나오며 말했다. “ 우리 커피 마실래요? ” 여자는 웃으며 대답했다. “ 기다리던 말이네요

 

그리하여 오래 엇갈리던 두 마음이 마침내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그날 밤 하늘의 눈썹모양 달은 환하게 웃는 여자의 눈을 닮아 있었다.

 

누구나 한 번은 지나간 마음이지만 나 또한 스쳐간 시간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이 보고 싶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우연한 장소에서 만났지요. 어떤 말로 심장이 뛰는 내면의 마음을 전할까 고민해 본적 말입니다. 보고 싶었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었어요. 사랑이 벅차오를 때 입에서 수줍음을 감추고 새어나오는 말 역시 사랑해요 로 충분한데 말입니다. 감정을 풀어 설명하는 어떤 말도 필요 없는데 왜 자꾸 수식어를 찾느라 시간을 낭비하며 머뭇 머뭇거려야 했는지.

 

지나고 보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아주 심플한 데 말입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랑은 사랑에 누더기를 입히는 격이라네요. 사랑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속에서 커가는 것 아닐까요? 사랑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사랑은 선택일 뿐이라네요.

 

영화 < 비포 썬라이즈 >에서 셀린느가 이렇게 말했지요.

()은 너와 나 사이에 있어

 

사랑 또한 그렇네요. 둘이 만들어 가는 것인데 홀로 상대의 마음을 예측하며 두려움을 키워가잖아요. 용기를 낸다면 헛된 고민으로 흘려보낼 시간에 함께 사랑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에요.

 

좋은 사랑은 복잡한 말로 시작되지 않아요. 복잡한 방식으로 오지 않으니까요. 사랑 앞에서 단순해지는 지혜와 편안해지는 용기가 함께 하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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