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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인연)-2017.07.24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7-07-26 13:41:50
  • 조회수 2917

생각하는 나무 인연 정 현주 지음

 

여자는 오늘

그 사람에게 자신의 집을 알려주었다. 오래 동료로 지내다가 이제 막 두근거리는 사이가 된 참이었다. 본래 운전에 능숙했던 남자였는데 오늘은 서툴러서 꼭 초보인 것 같았다. 차선 변경을 제대로 못해서 옆 차선의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고 후진을 하다가 벽을 스치기도 했다. 당황하는 남자의 모습이 낯설어서 여자는 자꾸 그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겨우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목이 마르다면 커피를 한 잔 사달라고 했다. 커피를 아껴 마시며 그는 차창 밖에 있는 여자의 집을 올려다보다가 자신의 어릴 적 추억을 꺼내었다.

 

일곱 살 때 집을 일어버렸던 이야기

이사를 하던 날이었다, 어머니가 집 정리하느라 바쁘니까 라면을 끓여 먹자며 집 앞에 있는 가게에 가서 라면 몇 개를 사오라고 하셨다. 근데 라면을 사들고 돌아서니까, 우리 집이 어딘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방금 이사를 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지요.

좀 헤매다 보니 방향감각을 완전히 잃었어요, 할 수 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죠. “ ” 우리 집이 어딘지 아냐고

혹시 우리 집을 모르느냐고. ”

길 가는 사람들이 알 리가 없잖아요. 한 참을 헤매고 있는데 어머니가 나타났어요. 골목 끝에서 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어요. 알고 보니까 우리 집은 바로 옆 골목에 있더라고요. 바로 앞에 두고 멀리서 찾았지 뭐예요.

 

이야기를 끝내고 그는 여자를 보며 웃었다.

남자와 헤어져서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꾸만 남자의 미소가 생각났다. 어쩌면 같은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참 좋겠다. 여자는 가만히 웃었다.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거기 그 사람이 있었는데 멀리까지 가서 참 오래 헤멨다.

사랑을 찾아 멀리까지 갔었다.

 

영화 < 온리 유 >는 질문하고 있습니다.

운명이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일까? 혹 우리가 선택하고 믿는 것이 그대로 운명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죠. 영화의 주인공 헤이스는 어려서부터 내 운명의 짝은 누구인가에 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궁금한 나머지 11세 생일에 점을 쳐 보았는데 너의 짝은 데이먼 브레들리 라는 답을 들었죠. 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잊고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진 남자와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다 드레스를 가봉하던 날이었어요. 집으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는데 데이먼 브레들리라고 했습니다. 헤이스의 오빠 친구라면서 지금 이탈리아로 출장을 떠나는 참이라고 했죠. 헤이스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로마까지 날아가서 헤이스는 한 남자를 만납니다.

로버트 다니어 주니어가 그 역할을 맡았는데 헤이스의 이야기를 듣고 그는 자신이 데이먼 브레들리 라고 말합니다. 정말 운명이었냐고요? 아니었어요. 그는 헤이스가 마음에 들어서 거짓말을 했던 것이었죠. 남자는 정중히 사과를 하고 운명의 남자를 찾는 일을 돕기로 합니다. 결론은 예상한 대로예요. 둘이 사랑에 빠졌죠. 어쨌거나 영화는 해피앤딩이었습니다.

 

멀리까지 가서 한참을 찾았지만 운명의 상대는 바로 옆에 이미 있었다는 이야기.

 

인연은 이미 옆에 있어요. 바로 등 뒤에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찾지 못하고 오래 방황하는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어요. 모두가 다 보물을 찾아가는 즐거운 과정이고 스스로 보물이 되는 시간이 인연이며 인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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