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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비개덩어리-기드모파상)-2017.03.07
  • 글쓴이 관리자
  • 작성일 2017-03-09 13:40:54
  • 조회수 3417

생각하는 나무 비개덩어리 기드 모파상 지음

 

한겨울 꼭두새벽 안개 속으로 마차 한 대가 출발한다.

보불 전쟁에서 패한 프랑스의 북부 도시 루앙의 시민 가운데 영향력 있는 위치의 시민들이 점령군 장교의 환심을 사 여행허가를 얻어낸 일단의 시민들이 대절한 대형마차 한 대가 출발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그 지역의 명문 귀족 내외, 방직공장을 여러 개 가진 지방의회 의원 내외, 그리고 포도주 도매상하며 정계진출의 기회를 엿보던 공화주의자 한 명, 비개덩어리 라는 별명을 가진 성적 매력이 넘치는 매춘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회적 신분 차이와 정치적 입장 대립 이전에 귀부인이나 수녀와 함께한 비개덩어리 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차안의 분위기는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추운 겨울날 짙은 안개와 눈발 때문에 예정 된 시간에 중간 기착지에 이룰 수 없게 되자 마차 안의 어색한 분위기는 초조감으로 변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길을 나선 이들은 엄습한 추위와 허기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더해져 견뎌내기에 한 층 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모두가 위기를 느끼고 있을 때 비개덩어리 가 바구니를 열어 준비해온 포도주와 고기를 꺼내 식사를 시작하면서 마차 안의 분위기는 일신 된다, 그 누구도 말을 걸지 않던 천한 여인에게 상스럽기로 이름 난 포도주 상이 아양을 떨기 시작하고 비개덩어리 는 그들 모두에게 자신의 음식을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서로가 섞일 수 없었던 마차 안의 승객들을 추위와 허기에서 구해내고 이들사이의 대화가 가능하게 한 것은 비개덩어리 의 음식이었다.

 

마침내 마차는 중간 기착지에 이르렀고 이들은 안도의 숨을 내 쉰다. 하지만 이튼날이 되고 또 다음 날이 되어도 마차는 출발할 줄 모른다. 여행허가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을 담당하는 프러시아 장교가 이들의 출발을 허락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요구는 비개덩어리 와의 잠자리였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자유를 찾아 탈출을 감행한 프랑스의 선량한 시민 모두는 적군 장교의 파렴치한 요구에 분노하고 그들을 추위와 허기에서 구해낸 이 프랑스 여인의 단호 한 거부 意思(의사)에 절대적인 지지를 표명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신들이 붙잡혀 있는 곳에서 곧 대대적인 전투가 있으리라는 소문에 불안감이 팽배해지면서 상황은 돌변한다.

적군 장교의 요구를 야만적이라 비난하던 루앙의 시민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한 손에 쥐고 있는 점령자에게 거역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위기에 처한 이들로서는 자신들의 수치 인 매춘부를 설득하는데 있어 죄책감을 느낄 이유를 찾기도 어려웠다. 멋진 몸매를 지닌 프러시아 장교가 적군인게 유감이라는 귀부인의 바람기 있던 발언을 필두로 모두 이구동성으로 희망의 미덕을 이야기 하지만 당사자의 저항은 완강하기만 하다.

 

비개덩어리 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다 무한 당한 공화주의자의 침묵 속에서 급기야 모두 매춘부가 자신의 신분을 잊고 상대할 남자를 가린다는 비난을 퍼붓기에 이르렀다. 이제 자유를 찾는 루앙의 시민들을 묶어 놓고 있는 것은 프랑스의 적이 아니라 자신들과 동행할 자격이 없는 비천한 창녀인 것이다.

 

결국 ()은 순수한 목적에서 행한 죄악을 용서하라는 수녀들의 단어에 떠밀려 비개덩어리 는 프러시아 장교를 찾아가게 되고 다음날 아침 마차는 자유의 땅을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수치심에 떨며 황급히 마차에 올라탄 희생양을 맞는 것은 이들을 전투지역에서 벗어나게 해준 동포여인에 대한 감사도. 짐승 같은 프러시아 장교에 대한 共分(공분) 아니었다. 그것은 차라리 불결한 존재와의 접촉을 피하려는 안간힘이었고, 적장의 노리개에 대한 철저한 외면이었다.

 

차가운 침묵에서 벗어나 음식을 꺼내 먹으면 서도 누구하나 이 여인에게 음식을 권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녀들에게는 음욕의 화신이 되어버렸고. 프랑스 國歌(국가)를 읆조리는 공화주의자에게는 적군의 위안부가 되어버린 비개덩어리 는 허기와 수치 그리고 분노로 눈물을 흘릴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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